나는 슬라임을 키우고 싶다.
애완동물.
여유가 있는 자에게만 허락되는 동료.
즉, 파트너다.
여유란, 물론 경제적인 면도 포함이지만
마음의 여유와 시간에 쫓겨 생활하지 않는
그런 시간적 여유 역시 필요하다.
어쨌든 애완동물은 힐링이다─.
힐링이란 상류층에게만 허락된 오락이다.
힐링. 내가 갈망하고 갈망해도 얻을 수 없었던
정작 불우하고 진정으로 힐링이 필요한 사람은
얻을 수 없는 감미로운 보석인 것이다.
그러다 문득 이번 인생에 눈을 돌려보았다.
여유롭다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유치원에 다닌다. 그 외에도 하는 것이 많다.
운동과 공부도 하고 있다.
우리 집은 파파가 교사이기에 비교적
교육에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최근에는 요리도 시작했다.
과자가 맛있었기에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어져,
마마에게 가르쳐달라 했다.
주말에는 밀림이나, 안나가 집에 놀러 오기에 놀아야만 한다.
아니, 정확히는 놀러 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내가 그녀들의 집에 놀러 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논다.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논다.
안나의 인형을 [거대 괴수]라고 말할 때마다,
매번 크게 혼났다. 그치만 괴수 맞잖아….
이렇게 바쁘기 때문에, 나는 애완동물을 돌 볼 여유가 없다.
그렇기에 나는 문화제에 슬라임을 본떠 만든 점토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예술이란 갈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갈망. 간절히 원하지만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점토로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눈앞에 놓인 점토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주변에선 이미 동급생들이 난리를 피우고 있다.
점토를 던지거나, 찌르거나, 마구 뜯어내고 있다.
엽기적이다. 허나, 나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조금만 더 응시하고 있으면,
슬라임의 형태가 선명하게 떠오를 것 같다….
쉴라가 '렉스 군, 자는 거야?' 라고 물어왔다.
자는 게 아니라, 집중하는 거야. 이건 예술이다.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그때, 누군가가 던진 점토 덩어리가 내 점토에 맞았다.
열심히 슬라임의 형태를 떠올리고 있었는데,
했겠다─! 라고 말하며 점토를 뜯어 되던져줬다.
예술이다. 점토를 던지면, 점토가 날아온다.
흥, 멍청한 녀석들. 너희들은 그저 점토를 던지며
즐기고 있을 뿐이지만, 나는 점토를 던지면서도
슬라임의 형태를 떠올리고 있다고!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하는 점토 던지기.
아니, 이젠 던지기가 아니라, 피구로 바뀌었잖아!
나는 커다란 점토를 뭉쳐, 세게 던졌다.
물론 이것 역시 예술이다.
동급생들은 서로 점토를 던져가며 옷을 더럽히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나는 예술을 하고 있다.
쉴라와 그녀의 추종자들이 '그만해─! 선생님한테 혼나─!'
라고 소리치고 있다. 범생이 자식들!
일이 있어, 교무실에 간 선생님이 어떻게 화를 낼 수 있는데!?
장난이라는 건! 현행범으로 걸려야 혼나는 거야! 예수울─!
내 예술을 담은 점토 덩어리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동급생에게 맞았다.
예술품을 예술적으로 활용한 예술. 나는 곧 이해했다.
예술이란 난리, 이 난리야 말로 예술이란 걸.
'이 녀석들이! 점토를 던지면 어떡해!'
돌아온 선생님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다.
이 난장판이야말로 내 예술 작품이라는 걸─!
하지만 잘 표현할 수가 없었다.
다섯 살 꼬마의 어휘력은 낮지 않으나,
이 예술성을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나는 소리쳤다, 예수울─!
'예술이 아니에요! 여자아이들을 본받아서,
진지하게 하도록 하세요, 알겠죠?'
혼났다.
나는 울부짖는다.
예, 예수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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