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안나에 대한 얘기인데,
그녀는 아무래도 큰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유치원 과정은 4세 ~ 6세까지의 유아에게만 적용된다.
즉, 4살 때 입학하고 그 해에 5살이 되며,
5살 때는 상급반으로 올라가, 그 해에 6살이 되어 졸업한다.
나와 안나는 엄밀히 따지자면,
1년 하고도 6개월 정도의 차이가 있다….
……크읏! 머리가 혼란스럽다!
4살의 뇌로는 복잡한 것들을 생각할 수 없다─.
특히 숫자 계산의 경우, 헷갈리기 쉽다.
지금도 손가락을 써가며 열심히 계산하고 있지만,
이렇게 복잡한 연산을 하게 되면, 역시 머리에 열이 올라버린다.
아마 안나도 지금쯤 나와 같은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즉, 내가 유치원에 입학할 무렵엔 안나는
이미 초등 학과로 진학 준비를 끝마쳤던 것이다.
어째서인지, 안나는 유치원에서 나와 함께 공부할 거라
생각했던 것 같은데 내가 유치원에 입학했을 때,
안나는 이미 잔향만을 남긴 채, 초등 학과로 진학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안나는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
……이유가 뭐지? 영문을 모르겠다.
안나는 유치원에서 나와 함께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계산은 빗나갔고,
내가 입학할 무렵에는 안나는 초등 학과로 진학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에게 화가 나있다… 어…? 어째서…?
몇 번을 다시 생각해봐도 이유를 모르겠다.
가끔 집에 놀러 와선 '안나, 화났거든!' 라고 하면서도 함께 놀지만,
나에게 화를 내도 곤란할 뿐이다.
하지만 나는 백만 번의 전생 경험이 있는 5살.
이런 불합리한 일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다─.
오히려 합리적인 대응 쪽이 드물 정도다.
지금까지의 인생 속에서 나에게 불합리한 불만을
토해냈던 패거리들은 항상 나와 적대적인 혹은 그에 가까운 관계였고,
그렇기에 불합리함을 설명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에 반해 안나는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기에,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오해를 풀고 동료가 된다.]
라는 선택지를 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동료가 된다─.
이 얼마나 풋내 나고 무른 생각인가.
하지만 나는 가능하다면 항상 이 선택을 하고 싶었다.
그저, 세계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
하지만 지금 세계는 그것을 허락했다.
나에게 불합리한 행동을 하고 있는 안나는
내 일생의 반을 함께 한 소중한 사람이며,
매주 한 번씩은 집으로 놀러 와 주는 상대이자,
같은 이불에서 낮잠을 자는 사이……
잠깐… 정말 화난 거, 맞아?
우리들 사이좋은 거, 아니야?
하지만 어린아이에게 그런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주말, 나는 집에 놀러 온 안나와 화해를 시도했다.
나는 열심히 호소했다─.
안나의 분노는 불합리한 것이며, 나에게 화를 낸들 곤란할 뿐이다.
하지만 나는 당신과 오래도록 건전한 관계를 지속하고 싶기에
아무쪼록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 분노를 가라앉혀 주셨으면 한다.
위 내용을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어휘력으로 말하자면
"결혼하자." 가 된다.
'응, 결혼할 거야.'
이렇게 안나와 나는 인연을 맺게 되었다.
어째서인지 옆에 있던 밀림이 꼬리로 나를 찰싹 때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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