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기의 똥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똥은 더럽다.
그것은 생리적으로는 물론,
세균학적으로도 그렇다.
배설물이자, 몸이 [필요 없다]라고 판단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물에 따라서는 자신의 똥을 먹고, 영양을 보충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지만, [인간인데, 자기 똥을 먹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솔직히 구역질이 나고, 접근 자체를 꺼릴 것이다.
똥은 더럽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아기의 똥은 어떤가?
똥은 보기만 해도 불쾌해진다. 남의 똥은 더더욱 그렇다.
공중화장실, 내리지 않은 변기…
떠올리고 싶지 않은 불쾌한 경험들.
손잡이를 눌러 물이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
내 마음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허무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기저귀를 갈고 있는 내게 그런 불쾌감은 들지 않았다.
물론, 똥 따위를 먹을 생각도, 만질 생각도 하지 않는다.
허나, 불쾌하진 않았다….
아기의 똥이란, 실로 불가사의한 것이었다.
'이건 아니야….'
마틴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마틴에게 있어선 아기 똥이나, 어른 똥이나,
모두 똑같은 똥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 것 같다.
여기서 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즉, 나의 감성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똥은 더럽다. 그게 누구의 똥이든 간에.]
이것이 일반적인 사고라면, 나는 아기의 똥은 더럽지 않고,
기저귀를 가는 것도 껄끄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나만의 특유한 감성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를
목표로 삼고 있는 나로서는 피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똥이라는 화제로부터 멀어지려 했다만…,
평범한 것처럼 행동하는 척하는 것과,
진짜 평범한 것은 다르다.
나는 아기의 똥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 감성을
굳이 시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이것을 나만의 개성이라 생각한 것이다.
즉, 아기의 똥에 대한 내성이야말로 나의 단점이자, 장점.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개성이며,
단언컨대 재능이라 불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는 나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고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처음부터 재능이 없을 것이라 믿었던 적도 있었다.
나는 백만 번의 전생을 경험하며,
단 한 번도 나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 본 적이 없었다.
불우했다. 불행했다. 재능도, 운도 없으며 생존하는 것조차
버거웠고, 수많은 전생을 경험하며 인생은 운과 재능이 없다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내게 재능이 있던 것이다. 바로 똥─!
나는 나의 장래를 부모가 깔아준 레일을 따라가는 것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그마저도 어디선가 운과 재능의 벽에 막혀,
실패하고 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고,
내 눈앞에 생각지도 못 했던 새로운 길이 생겨났다.
즉, 똥의 길을 걷는다.
그렇다, 바로 보육교사다.
다른 아기의 똥을 싫어해서는 보육교사를 할 수 없다.
세 살 배기 아이가 한 살 이하의 어린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육교사가 되는 것에 수많은 장애물들이 있을 것이고,
되고 나서도 장애물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물론, 그 장애물이 남의 아기의 똥만큼은 아니겠지만.
똥이 아무렇지 않은 시점에서 나는 이미 몇 개의
장애물을 돌파한 셈이다.
이는 그 길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에게 있어,
크나큰 어드밴티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앞에 새로 나타난 길은 하나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하나가 있었다.
아기의 똥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길.
즉, 전업주부다─.
여기서 돌보는 것은 남의 똥이 아닌,
내 아이의 똥이다. 괜찮은 것이 당연하다.
이 재능에 노력이 더해진다면 카리나와 그녀의 동료들에게
[잘 어울린다]라고 칭찬받은 [기둥서방]으로서의
기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집안일은 잘한다. 아기를 돌볼 줄 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전업주부는 기둥서방과 비슷한 점이 많다.
다만, 기둥서방은 계약서를 쓰지 않지만,
전업주부는 계약서를 쓴다….
이 점으로 보아, 기둥서방보다 전업주부 쪽이
훨씬 더 안정적이라 볼 수 있다.
나는 목표로 삼을 장래희망을 새롭게 추가한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내세울 만한 것은 보육교사 정도지만,
내 안에서의 계획은 1위가 전업주부로, 4위가 학원 강사로 바뀌었다.
때마침 수험이 내년으로 다가온 시각,
나에게는 더 이상의 수험공부가 필요 없었다.
원하는 진학처는 대게 추천입학이 가능하고,
에스컬레이터식으로 대학을 진학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고등 학과 3학년의 1년을 미래를 위한,
자기 계발 시간으로 써먹어야 한다.
그렇다─, [기둥서방], [전업주부]
이 두 직업을 가지기 위해선,
어떤 난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다.
즉, [상대].
나를 부양할 수 있을만한 상대를 찾고,
그 사람에게 고용되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이렇게 해서 나는 아내 찾기 활동을 시작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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