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51화 자기 변화

by Hellth 2022. 10. 14.
반응형

여름 축제에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것들이 세 가지 있다.

열기, 습도, 인파.

이 세 가지다.

나보다 선배인 카리나는 [뭔가 이런 느낌으로] 라는 식으로
충고를 해주었지만, 무슨 일이든 논리적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파악하는 타입인 카리나를 대신하여,
내가 후배인 밀림에게 논리적으로 충고를 해주려 했다.

"우선은 그래, 화장실의 중요성부터 얘기할까?"

가볍게 설명을 마치자, 벌써 이동해야 할 시간이었고,
우리는 다소 서두르며 회장으로 향했다.

이번 축제는 정말 아무런 일도 없었고,
회장 분위기에 익숙지 않은 밀림이 곤란해지는 일 없이
무사히 종료되었다.

일을 끝마친 뒤, 우리는 야키니쿠를 먹었다.

여러 서클이 함께 한 불고기 파티로,
겨울 축제 때 카리나가 미리 약속을 잡아둔 것 같았다.

그 카리나가…. 감회가 새롭다.
카리나가 무슨 일을 해낼 때마다 일일이
감회가 새롭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안에서의 카리나는
[공부도 못하고, 친구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 시절의 기억이 내가 기억하는 카리나인데,
이제 그런 카리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녀가 살아갈 곳을 찾아, 잘 적응해 살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가진 편견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카리나는 성장했다. 또한 밀림도 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시범 연인이다.
한때는 이렇게 사귀어도 되나 싶었지만,
전처럼 나와 밀림의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내 안의 밀림은 아직 아기다.

연인이라는 말은 내 안에서 어딘가 소꿉놀이와 같은
가벼운 의미를 담고 있었고, 연애 앞에 있는 결혼 같은 것은
아직도 갈 길이 먼 미래처럼 느껴졌다.

나는 17살이다.

우리 부모님이 30살 전에 결혼한 것을 생각해보면
결혼은 아직 먼 이야기라는 인식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17년, 눈 깜짝할 세에 지나가지 않았나?]라고.

지난여름 행사도 일 년 전 일인데,
돌이켜보면 마치 며칠 전 일처럼 느껴진다.

내가 태어난 지 17년 이상 지났는데도,
체감상 한 달도 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

밀림은 더 이상 아기가 아니고, 나 또한 아이가 아니다.
그것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떻게?

나는 지금까지 백만 번의 전생을 경험해 왔지만,
이런 고민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왔다.

생명에 직접적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머리를 굴린 적은 있었어도, 이런 경험은 없었던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해결법을 알아내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검색 사회의 약점이라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알기 쉽게 정리할 수 없는 개념은
남들과도 공유할 수 없다는 소리다.

어느 인플루언서가 이름을 짓기 위해 고민한다면
다양한 사람들이 문제에 대한 답을 함께 고민해주는
공감이 형성되겠지만, 이 복잡하고 알기 어려운 일은
딱 잘라 설명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만약 같은 삶을 몇 번이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 있었다면 그야말로 무한에 가까운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겠지만,
내 전생에는 두 번 반복되는 삶 따윈 없다.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지 무능한 존재에게
혐오감이 생겨난다.
어려운 문제를 직면하면 항상 이렇게 되고,
답을 찾지 못하면 이런 생각에 빠져버리고 만다.

여름과 가을이 지나가고, 어느덧 나는 18살이 되어 있었다.

내뱉은 숨은 하얗게 질리고, 거리에는 성녀 성탄제
일루미네이션이 준비되기 시작했으며,
성녀 성탄제를 위한 상품들이 진열되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