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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52화 만약 처음 만난 여성이 메인 히로인이라 한다면

by Hellth 2022.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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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은 사람을 바꾼다.

예를 들어, 18년 전쯤의 나는 세상 모든 것들을
미워하고, 의심했으며 어떤 세상에 태어나도
적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투쟁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 세상에서 오래 살다 보면 비유로 밖에 들리지 않는
이 말이 나의 표어이자, 나의 현실이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경주는 시작되고,
누군가 죽는 것이 유일하게 나 자신의 생존 시간을
늘려주는 방법이라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그걸 바꿔준 여성이 존재한다.

바로 엄마다.

생후 몇 분 된 내가 이 세상에 믿어도 될만한 상대가
있다고 믿게 된 것은 분명 그녀 덕분이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그녀는 내게 조언을 해주었다.
나의 고민은 내가 해결했지만, 그 해결법에 대한
힌트를 준 것은 엄마였다.

18살 겨울, 내 성장이 주춤해진 때,
막막한 상황이던 내게 천사처럼 타이밍 좋게
연락을 준 것은 역시 엄마였다.

'대학에 가면 자취해 볼래?'

그건 정말 예상치 못한 제안으로,
바로 답변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자취.

확실히 대학 진학을 계기로 자취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정보 수집을 하지 않았기에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 했지만,
우리 반에도 몇 명 자취를 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 같았다.

자취를 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거리라는 게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단순히 대학까지의 거리가 멀어 통학에 두, 세 시간씩 걸리는 경우,
형편상 어쩔 수 없이 대학 근처의 집을 빌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내가 진학하는 대학은 에스컬레이터 식 대학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과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다.
즉, 특별히 자취할 만한 이유가 없을 텐데….

'너는 반항기도 없고, 착한 아이였지만….
그래도 친가에 살면서 여러모로
갑갑한 일이 있던 게 아닐까 싶어서….'

딱히 그런 일은 없었다.
오히려 평생 친가에 살고 싶을 정도다.

물론 내가 사회인이 되면 집에 어느 정도의 돈을 지불해야겠지만,
아니, 우리 부모님이라면 그런 건 요구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돈을 주고라도 친가에서 살고 싶을 정도다.

자취, 즉 혼자 산다.
새로운 집에 혼자 살게 되면 늘어나고 마는 것이다.

월세! 수도세! 전기세! 전화비! 기타 등등!

이 세상은 모든 것이 계약으로 이루어져,
서면에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어야 물을 마실 수 있는 판국이다.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계약].

집안일, 절약, 폭넓게는 서바이벌 지식까지 익혔고,
어느 정도 실천도 하고 있는 나지만….

아직도 정식으로 계약을 맺어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이다.

나는 이 계약이라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것은 도장을 찍는 순간부터 내 어깨에 무거운 짐이
얹히는 것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2년 내로 변경하면 위약금이 발생한다는 시스템 또한
내게 크나큰 스트레스를 준다.

월세, 계약 갱신, 심지어 거래 보증금까지!

어째서 여러 항목으로 나눠 돈을 뜯어가는지 모르겠는
시스템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다.

나는 돈을 낼 때마다 수명이 깎이는 듯한 기분을 맛보는 타입이라,

세세하게 이곳저곳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너무나도 싫다.

아니, 살아 있으면 지불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얹혀사는 입장이라면 가장인 아빠가 처리해 준다.

아빠가 일임해 주는 동안에는 내가
[우와…, 이렇게나 뜯어가는 거야? 왜…?]와 같은
스트레스를 맛보지 않아도 되고, 아버지가 요구하는
액수만을 따박따박 지불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액수는 변치 않아도 의미를 알 수 없는 것들에
돈을 빼앗기는 것보다 아빠에게 지불하는 것이
훨씬 더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다.

수속이 늘어날수록 내게는 치명타가 된다.

나는 타격을 입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친가에서 살고 싶다.

하지만,
엄마의 목소리는 천사의 목소리였다.

자취 같은 이야기는 현재 학원 운영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는
아빠 쪽에서 먼저 꺼내야 할 화제일 것이다.

그런데도 엄마에게 먼저 들었다는 것에,
나는 뭔가 큰 운명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운명.

운명은 내게 있어 적이었다.
나를 백만 번이나 전생시킨 전지 무능한 존재가

관장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운명은 내게서 여러 가지를 빼앗았고,
지금도 계속해서 빼앗고 있다.

그런데도 엄마를 통해 알게 된 운명에는
적개심이 생기질 않는다.

신기하다…. 처음부터 이랬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내가 대담한 결정을 내릴 용기를 주고,
이 세계의 상냥함을 믿게 되는 이상한 울림이 있었다.

엄마가 말한다면 그것은 분명 내게 있어서도
필요한 일이라 믿게 되는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자취할게."

'그럼 세세한 이야기는 아빠랑 같이 셋이서 얘기하자.'

참고로─

그 이후, 아빠에게 자취에 대한 얘기를 했더니,
굉장히 놀라셨다.
자취는 엄마가 독단적으로 생각한 것을 내게 말한 것 같다.

우리 엄마에게도 이런 점이 있었을 줄이야….
뭐, 나도 아빠도 마지막에는 결국
[엄마가 그렇게 말하니, 어쩔 수 없지]라며 웃었다.

우리 가족은 엄마에게 약하다.

※렉스 엄마 이름은 카밀라입니다.

이번 편은 공감가는 점이 참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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