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72화 미지의 영역으로

Hellth 2023. 1. 27. 20:30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했더라도, 역시 망설임은 사라지지 않았다.

매일같이 고민하고 있다.

나의 경험 탓인지, 직감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선택은 앞으로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것이다]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혹은 지금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막상 직면했을 때는 중대해 보였던 선택들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의외로 별 거 아니었다]라는 경우도 잦았다.

문제는 지금 이 선택이 중대한 것인지, 아닌지는
역시 시간이 흘러봐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예상은 할 수 있더라도 확답은 내릴 수 없다─.
인생은 살 때마다 새롭고, 어려웠다.

어쨌든 21년이라는,
지금까지 좀처럼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을 살아왔다.
지금까지의 선택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너무나도 추웠던 겨울이 끝나자, 날씨는 순식간에 더워졌고
알바를 그만두기 위해 인수인계를 하는 사이,
어느새인가 가을이 다가오고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는 일부러 바쁜 나날을 보냈다.

망설임과 고민 때문이다.
아무래도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마음속에서
불안감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일부러 바쁜 나날을 보내던 와중 떠오른 것이 있다.

나는 일하고 싶지는 않지만, 바쁘게 지내고 싶다.

이는 전혀 뜻밖의 심정이었다. 바쁘다는 것은 시간이 없다는 것.
시간 적 여유를 갖는 것이 스트레스가 적고,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 나는 되도록이면 한가한 삶을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잠깐 여행을 가거나, 취업에 대비한 활동을 하거나,
알바 인수인계를 하거나, 다른 사람의 소득 신고를 하다 보니,
그곳에서 충실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 충실감은 사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충실감이란 바꿔 말하면 만족감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보람 있는 피로감을 느끼며 침대 위에서 잠이 든다.
적당히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따금씩 놀이공원에 간다.

그동안의 삶은 이런 소란스러운 삶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보다는 즐겁고 떠들썩한 일이 없다시피 했던 것뿐이지만.

나의 백만 번의 전생은 극단적으로 소란스러웠다.

꺄아─, 와아─ 와 같은 귀여운 느낌이 아니라,
으아악─ 하는 느낌의 소란스러움이었다.

즉, 지금까진 소란스러운 상황이 죽음과 연관되어 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생은 아무리 소란을 피운 들…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일이 없었다.

그렇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을 뿐.
죽지만 않는다면 소란스럽더라도 상관없던 것이다.

본말 전도다. 장수를 목적으로 항상 날을 세우는 것….
거기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일찍 죽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나는 곧 취직한다.
앞으로의 인생은 바쁘고 소란스러울 것이다.

망설임도, 고민도, 기대도, 불안도 모두 끌어안은 채,
그저 시간만이 일정한 속도로 흘러갔다.

쓸데없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을 낭비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만─.

나는 올봄부터 교사가 된다.

내가 어른이 될 수 있을지는 어른이 되어서도,
분명 알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