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74화 전략적 승리

Hellth 2023. 2. 3. 21:00

'야, 렉스. 사람들은 왜 일을 해야만 하는 걸까?'

우리에게는 안식일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주에 한 번씩 돌아오는 날로

그날마다 마틴과 술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습관이 돼버렸다.

이제 우리도 어엿한 사회인이라는 소리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2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현재 5월 중반. 이제 겨우 막 업무에 익숙해지기 시작해,
일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낄 무렵이랄까.

그런 시기인데 마틴이 세상이 무너진 듯한 얼굴을 하고 있어,
대체 어떤 비정한 운명이 그를 덮친 것인지 궁금해졌다.

'날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잔업에….
상사님께서 친절히 알려준 영업의 요령은
범죄라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
그야 예전에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서 무리라고!
게다가 호황기였던 시절을 기준으로 삼고
할 수 있어! 하면 돼! 라고 판단해 대니.
그러면 네가 해보라고! 이 시대에!
지금 경제 상황에서 말이야!
라고 속으로 몇 번이나 외쳤던지….'

마틴이 일하는 곳은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대기업인데
실상은 그리 좋지만은 않은듯 했다.

나는 그런 마틴의 푸념을 들으며,
지난 인생을 회상하고 있었다.

나도 있었지.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상사 밑에서
절대복종만을 강요받던 시기가….
그 인생은 여러 불운들이 겹치며 화형에 처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상사는 무사했다는 전지무능한 존재의 말을 듣고
혼자서 열을 냈던 기억이 있다.

'너는 어떻냐?'

다행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애초에 내가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을 리 없고,
조사 결과 그리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이다.

세간에서는 교사란 스트레스 직업인 것 같다.
야근을 뛰어도 급여가 나오지 않고, 상사의 갑질,
학생들은 건방지기에 그렇다는 것 같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대학까지 진학한 내가
교사를 지향한 것은 일반적인 교사를 지향하는 것과는
조금 의미가 다르다.

교사가 되며 학생으로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처럼 진학해서 교사가 된 사람은
출신지의 교사가 될 수 있다.

중등 학과 때 졸업했지만, 당시 은사님들이 아직 남아 계셨고
게다가 나는 교사들로부터 이쁨을 받았었다.

성적은 우수, 풍행이 올바르며 중, 고등 학과 때
학생회장을 맡은 실적 또한 있었다.

그렇기에 교사들은 우등생을 대하듯이 나를 대했다.

이러한 장점을 처음부터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마틴의 눈치가 나쁘지는 않지만,
스트레스와 알코올로 판단력이 엉망이 된 상태라
굳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리고 단점이라 불리는 학생과의 관계 역시
알렉스라는 학생을 알게 되며 단점이 되지 않았다.

친근하다기보다는 반장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게
짜증 나긴 하지만 학생들과의 거리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았고 모두가 내 말을 잘 따라주었다.

"알겠냐, 마틴? 나는 취업 전부터 직장 환경을 조성했다고."

'치사한 자식!'

치사하긴 하지.

확실히 취업 전부터 직장 환경을 조성한다는 발상은
인생 몇 회차가 되지 않는 이상 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마틴. 나도 불만이 하나 있어.
그건 같은 세대 사람이 없다는 거야….

아니, 동기는 있지. 그런데 뭐랄까 멀다고 해야 할까.
나 이외의 동기들한테는 성에 '씨'를 붙여서 부르는데
나만 렉스 씨라고 부르거든.

"이름 뒤에 '씨'를 붙이다니….
어른이 되면 역으로 거리감을 느낀다고…."

'아니…, 너랑 동기라며? 렉스니까 어쩔 수 없지….'

"왜 나면 어쩔 수 없다는 건지 모르겠다만….
뭐, 그런 이유로 너랑 나랑은 평생 친구겠네.
푸념도 주고 받고 할 정도니…."

'그런가, 너도 고민이 있구나….'

"2년 뒤에는 이렇게 자주 못 마실 거 같기도 하니까."

'왜 2년 뒤인데?'

"2년 뒤에 결혼하거든."

'어…?'

"밀림이랑 결혼한다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