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73화 회상 ~함정~

Hellth 2023. 1. 27. 21:00

그건 내가 대학교 3학년 때, 교생 실습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내가 간 곳은 내가 졸업한 학원의 중등 학과였다.

이대로 순조롭게 교사가 된다면 여기서 교편을 잡게 될 것이다.
즉, 지금 실습으로 폐를 끼치고 있는 학생들이 3학년이 될 무렵,
나는 신입 교사로 부임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득실을 따져본 결과,
이 반 학생들에게 아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취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환경에는 [거기서 지내는 사람들]을 빼먹을 수 없다.
환경이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가장 수가 많은 존재]와 [직속 상사]가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수가 많은 존재인 학생들을 경시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중등 학과에까지 내 이름이 나름대로 알려져 있는 것 같았다.
복도를 걷다 보면 [저 사람이 렉스 씨래….], [아아, 그….],
[나, 형한테서 들은 적 있어.], [위험해…, 이쪽을 쳐다봤어….]
라는 둥 이런저런 얘기가 들려왔다.

나는 편하게 입기 위해 산 슈트를 몸에 걸치고,
색다른 마음으로 주변 얘기들에 귀를 기울였다.

이때의 나는 장래에 대한 불안이 마음을 지배하고 있을 때라,
조울증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었다.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텐션이 오를 때와
죽고 싶을 정도로 텐션이 낮아질 때가 초단위로 오갔고,
주변에서 내 얘기가 들려올 때면 [다들 나를 알고 있는 것 같네.
그럼 적응하기 편하겠어.]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모두가 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어. 분명 나를 죽이려는 걸 거야.]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죽이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환영을 받았다.

내가 수업을 하다 보면 갑자기 등에 동그랗게 말린 종이 뭉치를 던지거나,
내가 교실에 들어가려 하면 문 위쪽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건 뭐,

남이 보면 [너, 미움받고 있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만,
중요한 것은 [정도]다.

이 함정에는 살의가 없다.

게다가 회피는 아주 간단하다.
나는 등에 던져진 종이 뭉치를 쳐다보지도 않고 손으로 잡아,
휴지통에 던져 넣었다.

그것만으로 주변에서 환성이 터져 나왔다.

또 한 번은 문을 열었더니, 머리 위에서 수많은 펜들이 떨어져 내려 왔고,
한 자루도 빠짐없이 붙잡은 뒤, [이거 주인?]이라 물었다.

다들 조용히 있는데, 단 한 사람이 노골적으로 동요하길래,
걔한테 펜을 전해주자 다들 좋은 반응을 보여주었다.

살의 없는 간단한 함정을 피하는 것만으로,
나는 아무래도 주변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게 된 것 같다.

즉, 이 함정을 설치한 녀석은 내가 한시라도 빨리
반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이보다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나는 함정을 설치한 녀석을 방과 후에 지도실로 불러냈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장소가 지도실이었던 것은 실습생인 내게 특정 학생과
단둘이 있기 위해 쓸 수 있는 장소가 달리 없었기 때문이다.

'저, 저기… 그게….'

왠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그 녀석을 바라보며,
웃으며 얘기했다.

"알렉스."

'네, 네에….'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네에.'

알렉스는 반 친구들 사이에서

비교적 난폭한 행동거지로 눈에 띄는 학생으로,

교육 실습생이라고는 하나 일단 교사 측에 속하는

나와 단둘이 마주하면 긴장하게 될 것이다.

나는 부드럽게 속삭였다.

"실습이 끝나고 교사가 되면 다시 네 앞에 나타날 거야."

'요, 용서해 주세요….'

용서라니, 대체 무슨 소리일까.
나는 너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을 정도인데.

"고마워, 내가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손을 써줘서.
그래도 좀 더 피하기 힘든 함정이었어도 괜찮았어.
아니면 내가 알려줄까? 이래 봬도 함정은 많이 만들어 봤거든.
물론 걸리는 것보단 설치하는 쪽이 더 좋지만."

되도록 상냥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지만,
알렉스는 위축되어 대답해 주지 않았다.

이 부분은 향후 과제겠지─. 입장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위축.
이것을 없애지 않으면 학생과의 원활한 교제는 불가능할 것이다.

알렉스는 위축되고 긴장하고 있지만,
분명 나를 신경 써주고 있는 걸 것이다.

나는 그의 서투른 상냥함에 마틴이 떠올랐다.

그 녀석도 서투르고 털털하며 난폭하지만,
마음속에는 상냥함이 있는 녀석이다.

나는 녀석의 상냥함을 안다.
왜냐하면 녀석과 싸워도 살의를 느낀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죽일 생각이 없는 폭력은 포유류에게 있어
흔히 볼 수 있는 애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새끼 고양이가 흔히 형제들끼리 이빨을 세우지 않고,
가볍게 깨무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 또한 그렇다. 주먹을 쥐고 맞잡고 내던져도,
급소를 노리지 않고 꿰뚫지 않고 바닥을 살핀 뒤 던지는
[상냥함]이 존재한다.

나는 마틴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친해질 수 있겠네. 우리."

알렉스는 '네, 네에….'라고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이번에는 알렉스의 도움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혼자서 반에 적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언젠가 내가 진짜 교사가 된다면 좀 더 거리를 좁히고,
친근하면서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