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76화 면종복배

Hellth 2023. 2. 10. 21:00

※겉으로만 따르는 척하는 것을 의미하는 사자성어.

담당 고문을 맡아보겠냐는 갑작스러운 제의에
나는 너무 놀라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왜냐하면 내가 담당 고문을 맡을만한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담당 고문은 담임 선생님이 아니라,
동아리 활동 담당 선생님 같은 것을 의미한다.

다만 나는 동아리 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
즉, 취미가 없던 것이다.

또한 내신 점수를 버는데 열중했기에
동아리에서 좋은 성적을 남기는 것보다
학생회에 소속되는 쪽이 훨씬 더 난이도가 낮았기에
동아리에 열중할 생각조차 없었다.

뭐, 막상 들어보니 지도는 코치가 할 것이고
학교 측 관리자로서 이름만 빌려달라는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렇다면야 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나는 책임자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째서 생판 남인 아이들의 행동에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가….

너무나도 리스크가 크다….

책임자가 된다는 것은 내가 책임져야 할 상대에게
내 승진이나, 강등 심하면 면직까지도 걸겠다는 소리다.

물론 동아리 활동 중에 부상자가 나오는 것 정도로
면직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내 경력에 흠집은 남을 것이다….
사소한 흠집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모르니,
섣불리 맡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일단 너무 그러지 마시고….
약간 문제가 생기더라도 학교 측에서 어떻게든 처리할게요.'

처리?

섬뜩했다.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지금 것은 협박이다─.

문제가 생겨도 학교 측에서 해결할 수 있다─.
그건 즉 너라는 문제를 어떻게는 처리할 수 있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적?

분명 적이라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이건 아직 족의 본체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아무것도 모른채 적의 편을 들도록
통제받고 있을 뿐인 일반 시민일 것이다.

이 세상의 적은 교활하고 사회를 뒤에서
조종하는 것 이상의 행동은 취하지 않는다.

우선 적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이렇게 쉽사리 눈앞에 나타나 노골적으로
적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이 녀석은 역시
적이 아닌 아무것도 모르는 말단 A라고 보는 편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렇다고 관찰과 경계를 늦출 생각은 없다만….

눈앞의 이 사람을 쓰러트리면 그걸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치 않는다.

그렇기에 관찰이다.

나는 지금 눈앞의 남자를 쓰러트려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과
쓰러트려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의 위험성을
냉정하게 비교하며 신중하게 나가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관찰하기로 결정한 내가 다음에 취할 행동은 무엇인가?

답은 나와있다. 공존─.
면종복배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생도 속는 척, 따르는 척하며 극복해 왔다.
끈질기게 자신을 타일러야 하지만,
내게 있어 승리란 생존 그 자체다.

즉,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내가 천수를 누릴 때까지
계속해서 미룰수만 있다면 내 승리나 다름없다는 소리다.

"알겠습니다. 동아리의 고문─ 맡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문예부…. 정확히는 제2 문예부 고문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나는 문예부 고문이 되었다.

…엥? 코치가 있다며? 문예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