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간사이 지방에 눈이 내린 그날,
소녀는 갑작스레 행방을 감추었다──.
1984년 2월, 나라현에서 거주 중이던
8살 소녀 A 양이 하굣길에 행방불명이 되어,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소녀의 행방이
오리무중 한 이 사건, 해당 잡지의 애독자라면
다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편집부에선 수년간에 걸쳐 A 양과
관련된 소식을 다방면의 관점에서 조사해 왔고,
실종 당시 수상한 점들이 많아,
괴한에 의한 납치설부터 미확인 비행물체에 의한
유괴설까지 수많은 설들을 검증 해 왔으나,
그 어떠한 것도 추측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번에, 편집부의 독자 취재를 통하여
새로운 사실들이 발견됨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고 싶다.
구독자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해당 사건을 괴사건을 치부하는 이유는
실종 당시의 부자연스러운 상황에 있을 것이다.
실종 당일, 초등학교 2학년이던 A양은
같은 반 친구인 B 양, C 양과 함께 하교하고 있었다.
A양의 자택은 주민들의 왕래가 잦은 주택가에서
막다른 골목 끝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자택이 주택가의 끝자락에 위치한 B 양, C 양과
헤어지는 형태로 홀로 골목에 들어섰다.
골목에 들어서면 A 양의 집까지는 거리가
약 40m 정도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A양이 현관문을 여는 일은 없었다.
골목에는 A양의 자택 외에도 4채의 집이
위치해 있었지만, 거주민 전원 가족 혹은
고령의 부부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이번 사건과는 연관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경찰의 수사에 의해 밝혀진 상황이다.
즉, 골목 입구에서부터 자택까지
겨우 수십 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A 양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A 양의 집을 포함하여 주변에 위치한
집의 실내나 정원에 침입한 흔적이 없었던 점,
A 양이 실종된 오후 4시 무렵은 주택가에
주민들의 왕래가 잦았음에도 불구하고
목격 증언이 일절 없었다는 점에서
현대의 카미카쿠시라며 방송가가 들썩였다.
친족에 의한 범행이라 추리한 기자들의
보도 경쟁을 견디다 못한 A양의 가족들이,
해당 사건으로부터 2개월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또한 해당 사건의 인상을 강하게
각인시킨 이유 중 하나였다.
그로부터 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수사에 진전이 없던 해당 사건에 관하여,
흥미로운 정보가 모인 것이다.
·영시(霊視) 실험
1988년 7월 13일 21시부터 22시 사이에
○○ 계열사에서 「TV의 힘 ~실종자 수색 스페셜~」
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몇몇 실종사건들을 다루며 시청자들로부터
생방송으로 정보를 모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고,
그중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A양 사건을 다루기도 하였다.
해당 방송에선 A 양의 사건에 관련된 내용 소개와
시청자들을 통한 정보 모집에 더하여,
미국에서 온 영능력자 ○○○ 씨의 영시 능력을
이용한 A양의 위치 특정을 시도하였다.
영시 실험에서는 A 양의 사진과 일본 지도,
간사이 지방 지도를 이용했으며,
영시를 끝마친 영능력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이렇게 말했다.
"유감스럽지만 A 양이 살아있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영시 대상이 죽었을 경우,
내겐 사진 속 인물이 흐릿하게 보이는데
A 양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이런 경우는 나도 처음이라 놀랐다.
A 양은 살아 았지도, 죽지도 않았다고 밖에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시금 MC로부터 A 양의 위치를 질문받은
영능력자는 간사이 지방의 ●●●●●에 위치한
●●●●● 일대를 가리켰으나, 그곳은
A 양의 자택과는 먼 거리에 위치해 있었으며,
해당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고 있던
A 양의 어머니 또한 A 양은 물론 가족조차
방문한 적 없는 곳이라 밝혔다.
방송에선 ●●●●●에 관하여 차후
스태프들이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전하면서도,
해당 방송으로는 유력한 단서를 얻을 수 없었다
결론지으며 방송 이후로도,
조사에 관련한 별다른 후속 보도는 없었다.
·기묘한 체험담
지난번의 해당 사건의 특집 게재호가 발매되고 나서,
편집부 앞으로 독자들의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다.
그 가운데, 몇 명에게서 비슷한 증언을 얻었고,
우선 트럭 운전사인 K 씨의 사연부터 소개하려 한다.
"업무상, 야간에 운전하는 일이 잦습니다만,
그날 또한 새벽 3시경에 ●●●●● 근처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근방은 상당히 외진 곳이잖아요?
산과 댐 사이에 국도가 있고 드문드문 인가가
위치해 있기는 하지만, 밤이 되면 저희처럼
고개를 넘기 위한 대형 트럭들 정도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무척 한적한 곳입니다.
가로등조차 드물어 상향등을 키지 않으면
길조차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분명 이제 슬슬 고개로 접어들 무렵인가 하는
생각이 들 무렵이었어요.
여자애가 있더라고요. 란도셀을 등에 매고
분홍색 스웨터를 입은 여자아이가.
도로 끝자락에 도로를 등지고 서 있었습니다.
이건 예삿일이 아니라 생각해 바로 갓길에
차를 대고 내려 여자아이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다가가도 계속 도로를 등진 채,
숲을 향해 서 있더군요.
보통은 누가 다가오면 이쪽으로 시선을 향하거나,
돌아보고는 할 텐데 그런 것도 일절 없었고,
그때서야 비로소 이거 설마 귀신 아니야? 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런 곳에 여자아이를
홀로 방치할 순 없어 용기를 내어 다가가
"괜찮니? 무슨 일 있어?" 라고 물으며
여자아이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웃고 있더라고요. 함박웃음이라 해야 할까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눈만 위로 치켜 뜨는데,
나무 무서워서 다리가 부들부들 떨라더군요.
하지만 어떻게든 "집은 어디니? 이름은 뭐야?"
라고 묻자, 웃는 얼굴로 "A는 있지, 신부가 됐어."
라고 하지 뭡니까.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아무튼 아저씨랑 같이 트럭에 탈까?" 라고 말한 순간,
여자아이가 숲 속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네, 물론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헤쳐나가며 말이죠.
전 겁에 질려 차마 뒤를 쫓을 수가 없었습니다.
경찰요? 당연히 신고했죠.
일단 조서 같은 것도 작성했습니다만, 되려 제게
"기사님, 음주 운전하신 거 아니에요?" 라고 되묻더군요.
다만, 묘하게 무덤덤한 반응이랄까,
익숙한 듯한 눈치였는데 그 점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뒤, 현지 파출소에서 A 양과 관련된
벽보를 보게 되었는데 이름과 복장이 동일해서요.
이런 묘한 얘기를 남한테 말한들 믿어주질 않을 것 같아
여기로 연락하게 됐습니다."
이 K 씨의 증언 이외에도
"친구가 ●●●●● 근처에서 A 양과 닮은
아이를 봤다" 등의 증언들이 여러 건 접수되었다.
해당 증언들은 공통적으로 모두 야간에
●●●●● 근방에서 A 양을 봤다고 밝혔으며,
대부분의 경우 말을 걸면 도망치거나,
말을 걸기도 전에 A 양이 먼저 달아났다고 증언했다.
·친족의 죽음
해당 기사의 머리말에서도 언급했듯,
A 양의 실종으로부터 약 2개월 뒤,
친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무개념한 언론에 의해
시달린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알려져 있으나,
관계자의 정보에 따르면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보도에선 친족이라는 애매모호한 표기에 의해,
A 양의 실종과 관련된 비극의 일부로 여겨지고 있으나,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A 양의 삼촌에 해당하는
M 씨라고 하며 우선적으로 M 씨는 A 양 가족과는
함께 살지 않았고 근무처인 나라현의 한 시공사의
독신 기숙사에서 거주하여, A 양 일가와는 수개월에
한 번씩 가족 간의 교류를 갖는 정도였다.
A 양의 실종 3주 정도 전에 A 양 일가의 자택에
초대되어 저녁 식사를 함께 하였으나,
특별히 친한 사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M 씨에 관해서 한 가지 더 언급을 해두고 싶은 게 있다.
M 씨가 근무하는 시공사의 주 업무는 댐의 관리이며,
그중에는 ●●●●●에 위치한 ●●●●● 댐도 포함된다.
또한 관리기사인 M 씨가 1월부터 파견되어 있던 곳이
바로 ●●●●● 댐이었던 것이다.
M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상을 근거로, 편집부는 M 씨가 A 양 실종에
어떠한 형태로든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증거가 부족해 추론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계속해서 진상 해명을 위해 조사를 속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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