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겠습니다, 세스지라고 합니다.
본 작품──이라 불러도 될지 의문입니다만,
어쨌든 이러한 문장의 나열들을 훑어봐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도쿄에서 작가를 생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세스지란 이 작품을 위해 편의상 지은 필명으로,
본직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가로서 주로 다루는 장르는 오컬트 혹은 괴담 잡지,
드물게 라디오나 지방 방송의 괴담 이야기 구성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규모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하며 20년 정도
이 분야의 한 귀퉁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마이너한 장르이기에
최근에는 맛집 소개 잡지나 도박 정보지 등 장르를
따지지 않고 일거리를 맡으며 근근이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작가의 TMI에 당황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저 자신을 포함하여
앞으로 전해드릴 내용은 이 작품을 감상하실 때
무척이나 중요한 정보입니다.
또한 이 내용을 이해하신 후, 가능하다면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이 작품을 공개하게 된 동기이기도 합니다.
부디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친구와 연락이 두절되고 말았습니다.
그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고 싶습니다.
우선적으로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만,
이 작품에 수록된 문장의 작자는 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종된 제 친구, 오자와 군 또한 아닙니다.
그의 근무처인(현재는 전 근무처)의 출판사로부터
발행된 잡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매체와 미디어에서
인용 및 발췌한 것을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관하여」
라는 제목의 작품으로서 정돈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 정리된 모든 문장은
「어떤 장소」와 연관된 내용입니다.
「어떤 장소」, 엄밀히 말하자면
「여러 지역에 걸친 어느 일대」는 본 작품의
제목에 걸맞게 긴키 지방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 장소는 현에 걸쳐 있는 관계로, 호칭이 전부
통일되어 있진 않습니다만, 지도를 펼치면 아마
한 곳을 점찍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추후 설명드리겠지만, 어떠한 이유가 있어
독자님들께 해당 장소를 알려드리고 싶지 않기에,
「어떤 장소」의 범위 내에 해당하는 문장 속
지역의 고유 명사는 ●●●와 같은 형태로 감춰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은 그,
오자와 군을 알게 된 것은 4년 정도 전,
일본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의 일이었습니다.
SNS를 통해 알게 된 호러 애호가들의 모임,
이른바 동호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저 또한 호러 마니아이기도 하기에,
이런 류의 모임에는 직업과 관련된 소재 찾기를 겸하여
자주 참석하고 있습니다.
해당 동호회는 분명 고엔지의 카페에서
적은 인원 수로 개최되었던,
호러 영화에 관한 품평 동호회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당시의 여자친구(몇 개월 뒤 차였다 했습니다만)와
함께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호러를 좋아하는 것은 여자친구 쪽이었고, 그는 따지자면
호러 장르를 포함한 공포 영화 마니아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호기심이 많던 그는 저마다 대화를 나누는
멤버들의 호러 영화 담론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고,
바로 옆자리던 제게도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온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저대로, 붙임성 좋은 그가 맞장구를 잘 쳐주기도
했기에 저도 모르게 영화라는 동호회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제 작가 경험 속에서 접한 괴담이나 도시 전설들을
피로하였습니다.
당시 그는 대학교 2학년으로, 두 바퀴 가량 나이 차이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저와 무척 죽이 잘 맞아 즐거웠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그 동호회를 계기로 SNS를 통해 그와는 이따금씩
트윗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근황을 전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DM이 도착한 건 1년 정도 전의 일이었습니다.
"오랜만이네요! 실은 출판사에 취직하게 됐습니다.
심지어 배정된 부서가 오컬트 관련 잡지도
발간하고 있던 터라…! 이건 보고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업계의 대선배님께 오랜만에
인사라도 드리고 싶습니다만, 술 한 잔 어떠신가요?"
수년만에 만난 그는 기분 탓인지,
사회인 다운 인상을 받았고
두 번째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나카노의 단골 이자카야에서 축배를 들고
가볍게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은 뒤,
그의 취직처가 공교롭게도 제가 몇 차례
일을 하청 받은 적이 있는 잡지와 서적을 중심으로
발행하는 중견 출판사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편집 지망, 그중에서도 문화 예술 분야 지망이었어요.
하지만 막상 배속된 부서는 희망하던 곳이 아닌지라….
그래도 일단 편집자가 됐으니,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려 합니다."
그가 배속된 곳은 MOOK 편집부라는 부서였습니다.
MOOK라는 명칭에 익숙지 않은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MOOK란 MAGAZINE과 BOOK을 합친 합성어이며,
일반적으로 별책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주간이나 월간처럼 주기적으로 발행하는 것이 아닌,
단발성 레저 잡지나 편의점에 배치된 서적 등이
그에 해당합니다.
그는 MOOK 편집자로서 기획 잡지를 편집하는 업무를
맡게 된 것입니다.
"그래봐야 신입인지라, 처음부터 한 권을 통으로
맡는 경우는 없고, 선배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잡일이나 하는 게 대부분이지만요."
그런 그가 얼마 전,
선배로부터 기회를 받았다고 합니다.
"평균 2, 3개월 주기로 한 권을 발행하는데,
저는 신입이라 선배를 도우며 일 년에 한 권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자고 하시더군요.
그보다 저희가 발행했던 월간 잡지 ○○○
이라고 알고 계신가요?"
그가 말한 것은 이 업계에선 제법 유명한
오컬트 전문 잡지였습니다.
2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노포로,
원래는 연예 관련 소식을 취급하던 사진 주간지
○○○의 칼럼에서 파생되어 창간된 것입니다.
단편 실화 괴담이나 심령 스팟, 도시 전설, 미제 사건,
심지어 UFO까지 무엇이든 다루는 난잡함이 오히려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고, 오컬트나 호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열성적인 팬이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출판 업계의 불황으로 몇 년 전 휴간하며,
편집부도 해체되고 말았습니다.
이후로는 MOOK로서 별책 ○○○○이라는 이름으로
비정기적으로 발행되거나, 편의점 서적으로서
다른 이름으로 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저도 신입 시절에는 자주 작가로서 집필한
경험이 있으며 휴간 이후로도 별책으로서 수 차례
하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추가적인 의뢰가 들어오지
않았지만요….
그의 첫 업무가 그 별책 ○○○○의 다음 호
편집이라 합니다.
차마 입 밖으로 내진 않았습니다만,
그의 선배의 꿍꿍이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요즘 시대에 오컬트 잡지가 잘 팔릴 리가 없고,
마이너 한 장르라 상당한 열성팬 혹은 흥미 위주로
구입하는 독자가 대부분이기에 어찌 보면 신입의
연습 용도로 써먹기에 아주 적당한 안건이죠.
듣자 하니, 별책 ○○○○은 고정 편집자도 없고,
제작 시기에 한가한 MOOK 부서의 편집자가 돌아가며
담당하는 주력 상품과는 거리가 먼 작품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제 생각과는 별개로,
그는 첫 담당 잡지라는 생각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자주 심령 스팟이나 폐가를 탐험하는
유명 유튜버들의 인터뷰 같은 것도 섞어가며
취재하는 기획을 제안해 봤습니다만…."
그의 제안은 모두 선배에게 기각되었다고 합니다.
저로서는 그 이유가 대충 상상이 갔습니다.
"취재나 새로운 괴담의 집필은 그만큼 돈이 많이 든다.
투자를 하면 그만큼 알찬 내용이 담기겠지만,
우선 신입들은 돈을 들이지 않고 좋은 잡지를
만들기 위해 머리 좀 쥐어짜 내봐 라는 말을 들었어요."
편집 지도로서 그럴듯하게 들릴 순 있으나,
요컨대 예산을 할애하고 싶지 않다는 속내가
담겨있다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그 증거로 최근 발행된 별책 ○○○○는 모두
과거 월간지 시절에서 다룬 내용들의 기사를
적당히 짜집기 한 것으로, 어느 내용이든 간에
기시감이 느껴졌으며 제삼자인 제가 보아도 명백하게
비용을 절감하며 제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만든다면 과거에 다룬 기사들을
활용하면 된다 생각합니다만, 모처럼 첫 담당 작품인 만큼
제 나름대로 철저하게 해보고 싶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주간지 시절에 다룬 기사를 포함해,
전작들을 전부 훑어봤다고 합니다.
못해도 수백, 아니 그 이상일 텐데 말이죠.
그런데도 호기심이 많은 성격과 첫 업무에 들이는
열의 탓인지, 그리 힘들어 보이진 않았습니다.
"원격 근무 중 틈틈이 회사 서고에 틀어박혀
읽고 있습니다. 발행한 잡지 이외에도 취재
자료들이 많던데 종이 박스에 담겨만 있지
정돈이라곤 되어 있질 않아서, 자료들을 확인하는 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더군요.
우선 다 훑어보고 주제를 결정한 뒤 그에 맞춘
특집을 생각해 보려 합니다. 적은 금액이긴 해도,
신규 취재라든지 괴담의 집필을 의뢰할 수 있을 정도의
예산은 받을 수 있었으니, 기획이 결정되면 해당
안건으로 꼭 의뢰하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친구의 첫 담당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저로서도 무척 기쁜 일이었기에,
그 자리에서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연락이 온 것은
그날로부터 한 달 정도 뒤의 일이었습니다──.
'웹 소설 >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5화 모 월간지 1993년 8월호 게재 단편 「맛시로 씨」 (2) | 2024.11.12 |
---|---|
4화 모 월간지 2006년 4월호 게재 「학교 수련회 집단 히스테리 사건의 진상」 (1) | 2024.11.11 |
2화 모 주간지 1989년 3월 14일호 게재 「실화! 나라현 행방불명 소녀에게 새로운 사실이?」 (1) | 2024.11.09 |
1화 모 월간지 별책 2017년 7월 발행 게재 단편 「묘한 댓글」 (5) | 2024.11.07 |
재밌는 소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0) | 2024.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