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카리나는 거절했다.
'나에게 있어, 햇빛은 적이야.
녀석과는 함께 어울릴 수가 없다고.'
그리고 수영복이라던가,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라며, 작은 소리로 덧붙여 말했다.
사실 이쪽이 본심이지 않을까 싶었다.
첫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
거듭된 만남과 자연스러운 보디 터치로,
[혹시 카리나는 나를 좋아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품고 있기는 했지만….
신중한 성격인 나는 혹시나 카리나가 나에게
무관심한 상태이며, 수영장에 가자고 권유해도,
[너랑? 내가 왜?]라는 대답을 들은 뒤,
마음의 상처를 입을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떨쳐낼 수 있었다.
카리나는 역시 나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
도서실에서 바로 옆자리라는 미묘한 거리감에
두근거리며, 나는 주위에 폐가 되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다시 한번 카리나를 설득했다.
기본 베이스는 [기분 전환]이라는 명목으로,
티켓값은 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리며,
단둘이서 가는 것이 아닌,
친구를 포함해 네 명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논리적인 판단으로, [변명거리], [손해 없는 장사],
[다수가 함께 한다는 안도감], 이 정도로 갖추어져 있으니,
그녀의 거부감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이 붐비는 건, 싫어],
[수영복을 입은 모습을 남에게 드러내기 싫어],
등과 같은 본인의 마음가짐의 문제를 제시했기에,
이것을 극복할 다른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카리나를 설득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궁지에 내몰려 버렸다─.
카리나가 어떻게든 수치심을 극복하도록,
설득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카리나와 전생의 인연으로 맺어져 있는 것 같으나,
이번 생의 카리나와는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는 아니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며, 아침식사는
잼인지, 버터인지, 베이컨인지, 소시지인지,
계란은 반숙인지, 완숙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다.
교섭을 위한, 설득 거리가 없어,
자포자기인 심정으로 자백했다.
실은 소꿉친구인 마틴에게 카리나에 대한 것을
자랑해 버렸고, 수영장에 데려오기로 했다는 것.
매우 개인적인 사정에 끌어들여 미안하지만,
자존심을 한 번만 세워줬으면 한다는 것을.
자백은 최후의 수단이자, 목숨을 건 공격이었다.
자칫하면 여태까지 쌓아온 관계가 무로 돌아갈 지도
모르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나는 말을 끝마친 후, 후회했다.
여태까지 카리나와 쌓아온 관계와 마틴과의
시시한 자존심 싸움을 저울질해 봤을 때,
내 자존심보다는 카리나와의 관계가 훨씬 더
무겁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리고 이번 건은 잊어달라 요청했다.
하지만, 카리나가 말했다.
'뭐, 공부에 관해서 뭔가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나쁘지 않군.
네 소환에 응해, 내 힘을 빌려주도록 하지….'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나는 놀라 잠시 멍하니 그녀를 지켜보다,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카리나가 동료가 되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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