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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55화 루트 분기?

by Hellth 2022.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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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안나 양은 나보다 두 발은 앞서 있다.

물론 나보다 두 학년 정도 빠르니, 당연한 거지만.
[만약 동갑이라면?] 이라는 가정 하에도 역시,
그녀는 나보다 두 발은 앞서 있을 것이다.

알바.

안나 양은 음대 3학년이며 ( 4년제 대학에 다니고 있다 ),
이제 슬슬 알바를 그만두고, 취업 길에 나설 생각인 것 같다.

나는 안나 양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현재 교육을 받고 있다.

음악의 실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뭐랄까, 스케일이 너무 컸다.

어떤 거장의 제자로 악단에 들어가게 됐다는
얘기를 들어도,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어쨌든, 안나 양의 노력과 재능을

인정받았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매일매일 고된 연습을 했을 것이다.
게다가 알바까지 하고 있다니,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사람이다.

심지어 손님에게는 공손하며, 일도 잘하고,
후배에게는 상냥하며, 일도 잘 알려주고,
직원들과 손님들께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쩐다─]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신은 완벽한 인간을 만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건 어느 세계의 얘기였을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세상에는 완벽한 인간도 있는 법이다.

가진 자는 더더욱 많은 것을 손에 얻고,
가지지 못한 자는 얻기는커녕,
무언가를 점점 계속해서 잃는다.

보통 그런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을 보게 되면,
질투심이 생기는 법이다.

유머러스하고, 재능이 있는 데다, 노력까지 하는 미인─.
이런 사람을 보게 되면 세상이 싫증이 날만도 한 법이다.

그런데, 안나 양을 보면 그런 감정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사랑받는 사람.
어딜 가나 중심에 있을 법한 사람이다.

보는 이들이 질투심을 가지게 할 만한 요소들을
겸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명랑함 앞에
구원받게 되는 그런 사람이다.

알바의 인수인계가 대충 끝났을 무렵,
안나 양이 내게 말했다.

'콘서트에 나가게 되면, 티켓 보내줄게.'

나는 여전히 음악에 관해선 무지했고,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반드시 콘서트에 가고 싶었다.

격조 높은 음악에 관심이 없어도,
안나 양이 연주하는 것에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안나 양을 [동경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다.

가끔 상상한다.

만약 어디선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흘러가지 않았을까?

만약 안나 양과 나와의 관계가 더 깊어지는
운명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으음…….

없네.

상상조차 안 간다.

만약 눈이 내리던 성녀 성탄절 날에 안나 양을
밀림 집으로 보낸 것이 아니라,
우리 집에 초대했더라면?

부모님이 계신 우리 집에 초대한들,
그런 전개가 펼쳐졌을까?

…나는 인생을 끝마칠 때마다,
품평회를 열고는 한다.

그렇기에 아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내 성격이 달랐더라면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백만 번의 전생을 경험하더라도,
나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안나 양에게 말했다.

"응원할게요, 힘내세요."

틀에 박힌 말.

하지만, 나는 진심을 담아,
그녀가 가는 길을 축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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