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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59화 각자의 전개

by Hellth 2022.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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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엔, 이번에 경험한 게 있으니,
평소보다 더 빨리 완성할 수 있을 거 같아.'

[사람은 실패로부터 배우는 생물]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은
대체 어느 세계에서였을까?

그게 아니라면, 카리나는 아슬아슬하게
결승선에 도달하는 것을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때때로 있다. 역경을 즐기는─.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역경을 이겨내는 것]을 좋아하는 기질을 가진 자가.

그런 자에게 운과 재능이 있으면,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불리게 된다.

카리나는 어쩌면 영웅의 자질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러저러 해도,
지금까지 치명적인 실패는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랜절 복사본]이라는 것을 제작하게 되었는데,
자포자기 식으로 완성시킨 작품이 묘하게 평판이 좋아,

'아슬아슬하게 완성시킨 퀄리티가 이거라면,
다음에도 아슬아슬하게 완성시켜 주세요.'

라는 농담을 들었을 정도였다.

나는 영웅이라는 인종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영웅과 연루된 인생도 있었다.
내가 영웅이 될 줄 알았던 인생도 있었다.

나도 남들만큼 영웅을 동경한다.

신의 총애를 받은 것에 기뻐하며,
내 인생은 분명 축복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
믿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이 세상이 전부 나를 위해

돌아갈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영웅다운 행동을 했고,
영웅이 되려고도 했었다.

물론, 무리였지만─.

애당초 영웅이 되었다고 한들,
그것이 [천수를 누린다]는 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영웅이란, 지상을 내달리는 별똥별과 같다.
반짝하고 나타났다가,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이 영웅이다.
[장수]와는 거리가 무척 멀다.

그러니, 내가 카리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래, 단 한 마디. 단 한 마디뿐이다.

"너…, 다음 작업도 이 페이스로 했다간,
오래 못 살 거야…."

"아참, 내가 모르는 사이에 식생활이 나빠졌는지,
냉장고에 에너지 드링크랑 영양제 밖에 없더라?
잘 좀 챙겨 먹어."

"그리고 이불도 가끔씩은 좀 빨아서 널어놔.
진드기 같은 것들은 햇빛에 약하단 말이야."

"지저분한 곳에서 자는 것보단,
깨끗한 곳에서 자는 쪽이 체력 회복에도 더 좋고."

"필요하면 간단한 요리나, 집안일 정도는
내가 알려줄 테니까…."

'엄마….'

동아리 내에서 내 별명이 엄마가 되어버렸다.

취미는 BL 동인지 제작 지휘이며,
동아리 안에서는 엄마라 불리게 되어버렸다.

나는 진지하게 앞으로도 이 동아리 활동에
참여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필요하냐, 불필요하냐로 따지자면 불필요하다.
불필요하다고 할까, 내 인생에 방해다.

아무튼 행사 때마다 심신이 모두 피로해진다.
카리나에게 충고했듯이, 이런 생활은 몸에 해롭다.

게다가, 대학에서 동아리로 인정받으며,
설비 및 시설들이 제공되었지만….

동아리 방은 카리나 집보다도 좁았다.

이번에도 [아, 이방에서는 잘 수가 없겠네.]라고 확신한 내가,
카리나의 방을 작업장으로 활용해, 어떻게든 잠을 재우고는 있는데,
이 녀석들, 여름 코미케 때는 동아리 방에서 준비를 했다고 한다.
마치 [죽음]을 재촉하는 느낌이다.

심지어 그녀들의 독보적인 기세는,
그녀들과 관련된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더욱 가속해 갔다.

이것이 바로 영웅다운 모습이다.

영웅들은 주위를 보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이 일찍 죽음을 맞게 만든다.

사람은 별똥별과 같은 속도로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
대부분의 범인들은 별똥별과 잠깐이라도 함께 달릴 수 있었다는
만족감만을 가진 채, 점차 타들어가는 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타들어가는 범인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불필요한 것을 넘어,
위험한 이 관계를 끊을만한 결단력이 없었다.

…그때, 밀림에게 [이번에는 왜 권유해주지 않은 거야?]라는
연락이 끊임없이 연달아 오는 걸 본 순간─.

그녀도 내 몸을 걱정해 주고 있는 것일까.

…좋아, 결심했어.

허전함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결단을 내릴 때다.

"있잖아, 카리나. 이제 나 이 동아리─."

'아, 잠깐만. 전화가 왔네.'

카리나는 전화기 너머의 상대와 무척 정중한 말투로
대화를 나눈 뒤, [네!? 정말요!?]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나를 보며 말했다.

'렉스, 나─! 프로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어,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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