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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60화 우리들의 미래 설계

by Hellth 2022.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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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옛날에 전생했던 세계에서는 신데렐라 이야기라는
개념이 하나 존재했는데,
그것은 꿈이 가득 담긴 성공적인 소망을 의미했다.

최하층에서 노력하는 자가 기적을 동료로 삼아,
권력자의 눈에 띄어 결혼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었고─.
물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경험할 리는 없었다.

카리나 또한, [콘티 짠 것 좀 보내주세요.]라는
단순한 권유일뿐.

작가 데뷔는 전혀 아니었다.

그래도 카리나는

'다행이다…, 양복을 차려 입고, 면접을 보는 일 따위는
절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다행이야….'

라며 기뻐하고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녀가 기쁘다면 무슨 상관이겠나.

견실함을 목표로 삼고 있는 나로서는,
그런 [도박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와 같은
권유를 받는다고 기뻐할 리 없겠지만,
다른 사람에게까지 내 목표를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

남은 남, 나는 나다.

이러한 인식이 없는 자들이 뼈아픈 실수를 하는 것도,
실패를 경험하는 것도 많이 봤던 기억이 있다.

지금 이 세계에서 인류라는 것은 동일한 사고로 움직이는
단체 생명이나, 정보수집 단말기와는 다른
개개인이 각자 다른 신념과 사고를 가진 생명체를 말한다.

그렇기에 사람이 나와 다른 결정을 내리고,
다른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보다 연상이며 친하게 지내고 있는 두 사람이
연달아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나는 아직 1학년이고, 다니는 대학은 4년 제이다.

일단 겉으로는 교사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기에,
(대놓고 전업주부가 목표라 한다면 주변 시선이 좋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장래에 대한 고민은 없는 상태다.

고민이 없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고민이 없다면 스트레스도 없다.
스트레스는 수명을 깎는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눈꺼풀이 경련하거나,
자는 동안 이를 너무 꽉 깨물어 턱 관절염이 생기거나,
이명이 들리거나, 가슴의 두근거림이 심해진다.

하지만, 점차 서서히 무게를 더해가는 미래가,
이미 진로를 결정한 나에게 압박을 주기 시작했다.

카리나가 진심으로 내뱉은 [양복을 차려 입고, 면접을 보는 일 따위는
절대 하고 싶지 않았는데…]라는 말은 나 또한 공감하는 바이다.
게다가 교사를 목표로 하는 자들에겐 교육 실습이란 것이 존재한다.

양복을 차려 입고, 똥 멍청이들에게 맞춰줘야 하는 것이다….

젠장! 스트레스가─!

초중고 어디가 가장 편할지, 아니면 역시 보육 교사 쪽이 좋을지,
(학과 상 선택이 가능하다.)
아니면 주위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전업주부가 될지….

선택지는 무한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이고, 내가 보고 있는 루트는 실제로
길이 없거나, 벽으로 막혀있을 수도 있다.

남은 남, 나는 나─.
하지만 내 장래는 밀림과 조금 상담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카리나 일행과 코미케 준비를 하며,
자신에게 소홀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 바람에,
사이가 조금 멀어졌는데, 이참에 대화를 나눠봐야겠다.

……긴장하지 마!

사이가 좀 멀어졌다고 해도,
해봐야 이틀 정도 연락을 취하지 않았을 뿐.
그래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애초에 어떻게 말을 꺼내지!?

하지만, 나는 백만 번을 전생한 19살.

멘탈 관리에는 자신이 있다.

[눈에 띄지 않는다.]라고 세 번 외친 뒤, 평정심을 되찾았다.
이 다짐과 함께 살아온 내게 이 말은 이미 주문의 영역에 이르렀다.
외우는 것만으로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말과 함께, 나는 수많은 고난을 헤쳐 나왔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 초등 학과 1학년 때일까. 그립다….
[여자랑 놀다니, 촌스럽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고,
그것 때문에 밀림과 사이좋게 지내던 나도 [여자랑 놀지마!]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때, 나는 [눈에 띄지 않는다.]라고 세 번 외침으로써 냉정을 되찾고,
마틴을 굴복시킨 뒤, 눈에 띄지 않는 일을 끝마친 것이다.

틀림없다. 기억력에는 자신이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눈에 띄지 않는다.]라는 말을 세 번….
아니, 혹시 몰라 세 번을 더 외우고 밀림에게 전화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

''응? 뭐가?'

아무래도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아 보이지만, 놀란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요즘 어떻게 지내?]라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일부러 화를 돋울 생각이야…? 큰일 났네, 어떡하지….

그렇지만, 나는 눈에 띄지 않는다. 아니, 아니지, 그게 아니야!
냉정해져라, 냉정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거야….

"요즘 사회 정세 때문에 불안함을 느끼고,
미래를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고,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다,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정말로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 졌어."

즉흥적으로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괜찮아?'

좋아! 걱정해준다! 계산대로야!
하하핫, 계산대로라고─!

심호흡이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
나는 어떡하면 좋을까?"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럼, 당분간은 맞벌이로 부탁드립니다."

'응, 뭐가 됐든 함께 할게. 그러니까 권유해줘.'

"명심할게."

이렇게 우리는 화해했다.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누려고 했던 것이 떠오른 것은
통화를 끝마친 뒤, 한참이 지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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