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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61화 봄 이야기

by Hellth 2022.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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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 코트를 입을만한 날이 없어,
세탁 시기마저 놓치고 말았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봄꽃은 이미 지고 있았고,
찬 바람을 쐬며 꽃구경을 한 사람들이 몸살을 앓는 소식들이
들려오던 가운데, 새 학년이 시작됐다.

나 역시 평범하게 강의를 들으며, 동아리 활동은 하지 않았고,
(동아리 활동을 탈퇴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알바와 강의만을 반복하는 지루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드디어 밀림도 대학에 들어와, 그녀와 보내는 시간은 늘었지만,
딱히 우리 사이는 진전되지 않았고, 그저 같이 놀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같이 돌아갈 뿐이었다.

마치, 인생이 안정기에 접어든 기분이다.

백만 번의 전생 속에서 가끔 이런 때가 있었다.

안정기…. 쉽게 말해
[오늘과 같은 날이 계속되겠구나.]라고 생각되는 시기가 존재했고,
그럴 때야말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다.]라는 것에 대한
대비를 해두는 것이 장수하는 비결 중 하나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인생은 아무런 예감이 들지 않는다.

[적]의 의도가 보이질 않는 것이다.

스스로도 슬슬 긴장을 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그래도 [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것을 [적의 주목을 잘 피해서 그렇다.]라고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이번 적은 그만큼 신중한 것이다.]라고 받아들여야 할까….

궁금한 것은 참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답을 바라는 질문은
내가 언제까지 연명할 수 있냐는 것이다.

[생존]을 목표로 삼은 이상, 매 순간 신중하게 선택했다.

하지만, 내 선택이 생존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내 선택이 올발랐다는 확신을 가지고 싶다.

내가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꽃이 진 가로수 길을 걷다 멈추었을 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옆에 나란히 함께 걷고 있는 밀림도 함께 멈추어,
나처럼 고개를 들어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건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생각해?"

'나뭇가지….'

"그렇네, 나뭇가지네."

밀림은 조금 폭신폭신한 방면이 있다.
어쩌면 그녀는 사는 것이 귀찮을지도 모른다.

어떤 마음인지 이해가 간다.
산다는 것은 계속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하고 싶지 않다….
다만, 포기해버리면 또 다음 인생을 살아야 하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밀림에게 솔직히 말했다.

"나, 실은 백만 번의 전생을 살아왔어."

'헤에….'

의심하는 것도, 그렇다고 믿는 것도 아닌 것 같은
목소리로 밀림은 그렇게 대답했다.

어째서 지금 그런 비밀을 밝혔는지, 나조차 이해가 가질 않는다.
자연스레 입에서 흘러나왔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할 필요가 없던, 영문모를 고백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뭐, 상관없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밀림과 함께 있으면 자주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긴장이 풀린다고 해야 할까, 편안하다 해야 할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생각 없이 그냥 내뱉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혀 후회하지 않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또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말했다.

"나, 너랑 궁합이 잘 맞는 걸지도 몰라."

'나도.'

그렇게 우리는 그냥저냥 그렇게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저 그뿐인 평범한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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