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남자아이예요!'
위기에 대비하라.
싸움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아부우." 나는 신음했다.
이번 몸은 너무나도 약하다.
갓 태어난 상태에선 만족스럽게 눈을 뜨지 못하며,
주먹도 쥘 수 없고, 제 발로 움직일 수 조차 없다.
이런 몸으로 할 수 있는 건, 극히 한정적이다.
너무나도 약한 육체로의 전생.
이번에도 [꽝]인 것 같다.
나는 아등바등거리며 손발을 움직여 보았지만,
아무런 저항도 되지 못한 듯.
나를 안아 들고 바라보던 사람들은
'건강하네─.' '엄마를 닮아, 사랑스러운 아이네요.' 등
나를 깔보는 듯한 말을 늘어놓았다.
지난번 환생으로 습득한 번역 스킬이 기능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말을 알아들을 수 있던 탓에 연거푸 귀엽다는 말을
듣고만 나는 분개하고 말았다.
무척이나 얕보이고 있다.
힘이 없는 나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 주위를 둘러싼 악랄한 강자들은
앞으로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나를
마음속 깊이 비웃으며, 조롱하고 있었다.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백만 번의 전생으로 패배를 계속해 왔지만,
그렇다고 자존심까지 잃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너무나도 화가 난 나머지, 대성통곡해버리고 말았다.
정신은 이미 수천만 년을 살았지만,
환생을 할 때마다 마음은 몸에 큰 영향을 받았다.
또한, 감정 표현의 수단도 태어난 생물의 방식으로 밖에 할 수 없었다.
이번 생을 보낼 육체는 [우는 것]으로 격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응애! 응애!" 하며 우는 나에게, 주변 사람들은
'기운 넘치는 걸!' '이 아이는 커서 분명 위인이 될 겁니다, 부인'
이라며 즐거운 듯 희희낙락 거렸다.
그 발언 속에는 분명 숨겨진 의미가 있다.
'기운 넘치는 걸!(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면서)'
'이 아이는 커서 분명 위인이 될 겁니다.(클 수 있다면 말이지)'
같은 빈정거림일 것이다.
용서 못 해.
두고 보자, 반드시 한 놈도 빠짐없이 쓰러트려 주마.
나는 한층 더 목놓아 울었다.
하지만─
'한번 안아보시겠어요?'
'……네.'
순식간에 울음을 그치고 말았다.
나를 감싸는 포근한 온기 그리고
그 냄새에는 묘한 진정 효과가 있었다.
'이게……, 내 아이…….'
그 목소리에는 조금도 싫은 감정이 들지 않았다.
혹시 이 사람은, 내 편이 아닐까?
나는 정말 빈정거림이 아니라,
모두에게 귀여움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혹시──
이번 세계에서는 아이가 사랑받는 존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무렵,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신 조작… 마인드 컨트롤을 받고 있다.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다.
백만 번의 불우한 인생 경험 덕분에 살았다.
떠올려라, 지금까지 계속 배신당해 왔다는 걸.
불우함은 기본이며, 곤경에 처하는 것이 일상이었다는 걸.
그런 인생을 보내온 내가, 타인을 믿는다?
말도 안 된다.
말에는 속뜻이 있다. 행동에는 내막이 있다.
나를 향한 감정은 차별과 모멸, 증오 그리고
잘 쳐줘야 연민 정도밖에 없었다.
정말 위험할 뻔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나를 끌어안은 녀석을 보았다.
아직 눈을 완전히 뜰 수는 없었지만,
그 흐릿한 시야 속에서 본 그 녀석은 무척 아름다웠고,
상냥해 보였으며, 단번에 이 사람을 좋아하게 돼버렸다.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이 사람이 나의 마마라는 것을…….
그게 아니야──!
감정이 몸에 영향을 받고 있다.
좋아하는 마마라고? 웃기지 마!
누군가를 좋아하게 됐다는 건, 배신당할 준비가 됐다는 것.
좋아하게 된 게 아니라, 좋아하게끔 만들어진 거다.
어떠한 정신 오염을 의심할 상황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속지 않아.
무한 환생 지옥.
[어떤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한,
영원히 끝나지 않는 전생이 계속된다…─.
이번에야말로 그 [조건]을 [천수를 누린다]라는
조건을 충족시켜, 이 영겁을 끝내고 말 것이다.
노쇠로 인한 편안한 죽음을 위해,
나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모든 것을 이용할 것이다!
하지만 마마만큼은 아니다.
나는 이 사람을 위해 살아갈 것이다.
좋아하는 마마는 부드럽고 좋은 냄새가 난다.
앞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웃으면 마마 또한 웃는 걸 알 수 있다.
그게 아니야──!
위험했다. 나는 더 이상 속지 않아.
나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거고, 믿지 않을 거야.
하지만……
마마만큼은 믿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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