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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5화 아름다운 이별

by Hellth 2022.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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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설프긴 하지만 달릴 수 있게 되었을 무렵,
안나가 기쁜 듯이 무언가를 내게 보고해 왔다.

'안나 있지, 이제 곧 [유치원]에 가─!'

[유치원.]

내가 맡겨진 영유아 감시 시설은 어떤
거대한 학원에 속해 있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 거대한 학원에는 연령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시설들이 존재한다.

·보육 시설 (가장 어리고, 생후 6개월 ~ 4세까지.)
·유치원 (4세 ~ 6세까지.)
·초등 교육과 (6세 ~ 12세까지.)
·중등 교육과 (12세 ~ 15세까지.)

이후 진로가 정해진 사람들은
·전문 교육과 (15세 ~ 20세까지.)

추가적으로 배우고 싶은 사람은
·고등 교육과 (15세 ~ 18세까지.)

로 나뉘게 된다.

기본적으로 보육 시설에 맡겨진 사람들은
그대로 학원 내의 유치원으로 들어가,
초등 ~ 중등 학과로 차차 진학해 가는 것 같다.

즉, 안나는 반년 정도만 지나면
다른 감시 시설로 이송된다는 소리다.

안나는 내가 축하해주기를 바랐겠지만,
나는 정색을 하며, 굳고 말았다.

그녀는 잘 모르는 것 같지만,
보육 시설에서 졸업하고, 유치원으로 가게 되면
나와 안나는 서로 다른 시설에서 지내야 한다.

결국 작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안나의 진급을 솔직히 기뻐할 수 없었다.

'[유치원]에는 교복이 있다고 해.'

아무래도 안나는 내가 [유치원]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하는 것 같다.

교복이 있다는 둥, 모두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들뿐이라는 둥, 현재 방영 중인 유아용
만화의 주인공의 여동생도 4살이라는 둥,
다양한 방식으로 어필해 왔다.

이건 내가 [굉장해─.]라고 해야 끝이 날 것이다.

뭐, 나는 어른이다.

진심이 담기지 않더라도,
[겉치레]만으로 대화할 수 있다.

안나 같은 신용할 수 있는 연상녀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지만,

내 인생 속에는 늘 [이별]이 함께했다.

백만 번의 전생 경험─.
이번 세계는 아직까지 내게 이빨을 드러지는 않았지만, 
머지않아 음산하고 악랄하게 잔악무도한 진실을 드러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별]은 곧 [사별]이 된다.
특히나 나를 배려하는 사람일수록,
잔혹한 현실 속에 괴로워하며 죽게 된다.

그것을 생각하면, [졸업] 이라 하는

이별의 방식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마치 이 세계가 평화롭다고 착각해 버리고 말 것 같다.
내가 태어난 이번 세계가 평화롭다고,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나는 백만 번이나 전생했기에 잘 알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안나를 웃으며 배웅해주는 것뿐이다.

현재 아직 3살(올해 4살이 된다.)인
그녀는 이미 무척이나 어른스러우며, 방심한 순간
내가 놓쳐버리고 만 식기를 잡거나 할 때의 민첩함과 같이,
이미 성인 여성이나 다름없는 강함을 보여주고 있다.

라고 생각했지만, 유아용 만화 속 작품에 대하여
설명하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이나 열정적이었고,
동심을 가지고 있는 어른이라는 느낌의 3살짜리 여자 아이였다.

반년 간, 그녀와 함께 보육 시설에서

지낸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내가 입에 넣으려고 한 블록과 조약돌을 뺐거나,
내가 입에 넣으려고 한 다른 아이의 손을 빼거나….
어라, 나 안나에게 빼앗기기만 했지 않아?

그렇다, 그녀는 약탈자였던 것이다.

내가 마음에 들어 한 정육면체 블록을

빼앗아 간 원한은 아직 잊지 않고 있다.

나는 정육면체를 동경하고 있다.


원기둥, 사면체 등이 아니다.
정육면체야 말로 내가 목표로 삼고 있는
안정감 넘치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장래에는 정육면체가 되고 싶다─.
그렇게 바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안정감] 이것이야말로 내가 모든 인생에서
바라고 바랐지만, 손에 넣을 수 없었던 것이니까.
입방체는 나의 이상을 실현하고 있는 형상이다.
그렇기에 동경하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나는 이족보행이다.
정육면체는 될 수 없다─.

그렇기에 항상 정육면체를 곁에 두고 있었다.
일체화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신경 쓰이는 것은 입으로 가져다 대는 버릇이 있어,

매번 입 속에 넣었던 것이다.

안나는 그런 입방체를 내게서 빼앗은 것이다.

그러니─ 이딴 여자, 내 알바냐.
어디로든 빨리 사라져 버리라지.

라고 생각했는데─
울고 말았다.

안나를 붙들고 울고 말았다.

'렉스 군?'

"시러."

한 살인 나는 그 이상으로 이어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안나는 내가 말하려는 것을 알아준 것 같다.

그녀 역시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졸업이란, 이별임을 깨닫고 말았다.

그녀도, 나도 울었다.

서로를 부둥켜 안고 계속해서 울었다.

나중에는 왜 울고 있었는지조차 까먹고 말아,
[내가 왜 울고 있었더라─!] 라는 마음을 담아,
계속해서 울었다.

그리고 울다 지쳐 잠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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