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밀림은 기본적으로 정말 얌전하다.
털썩 앉은 채로, 손가락을 빨며 가만히 있는다.
내가 무슨 짓을 하던 전혀 움직이질 않는다.
놀자고 해도, 간지럽혀도 움직이질 않는다.
식사조차도 얌전하게 한다.
다만, 조용하게 기저귀를 더럽히는 일만은
그만둬 줬으면 좋겠다. 제발 좀 울어서 알려달라고.
이 수인 여자아이는 그냥 방치해도 될 정도로 얌전하기에,
내가 만약 평범한 두 살짜리 아이였다면 밀림을 내버려 두고,
동기들과 친분을 쌓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백만 번의 전생을 경험한 전생자다.
밀림의 얌전한 태도에 대한 이유도 나름 짐작이 간다.
밀림은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시시때때로 그녀의 시선을 느낀다.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을 갈 때도 시선을 느낀다.
놀 때도 이 녀석은 내가 좋아하는 정육면체를 양보해
줬는데도 불구하고, 정육면체에는 흥미가 없다는 듯,
내 얼굴만 빤히 바라보고 있는다.
이렇게 된 이상, 나는 [틈을 보여선 안 된다]라며,
지래 겁을 먹고, 한 번의 실수 없이 밀림의 시중을
완벽하게 완수했다. 그랬는데….
'있잖아…, 렉스 군. 밀림을 너무 완벽하게 보살피지 않아?'
'그치…? 손이 안 가서 좋기는 한데, 두 살배기
아이의 움직임으로는 보이질 않는 달까….
지켜봐 주다,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에게 알려주는
정도로도 충분했는데, 무척 도움이 되네….'
……함정이었다!
그렇다, 나는 두 살이었다. 두 살답게 행동하고,
두 살 다운 감정 표현을 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전생자다.
일단 [밀림을 돌봐준다.]라고 마음을 먹었기에,
몸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지금, 더욱 철저하고
완벽하게 밀림의 뒷바라지를 하고만 것이었다.
누가 봐도 수상해할 것이다.
두 살이니, 돌봐주다 방치하고 놀 거나 했었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하지만 지금 그만두면 [소문을 들어, 그만두었다.] 라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젠장할, 방심했다.
이대로 계속 밀림을 돌봐주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는 밀림의 등을 톡톡 두드리며,
트림을 하도록 유도하고 고민에 빠졌다.
밀림은 그런 나를 검은 눈동자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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