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고 일어서기부터,
몇 걸음의 보행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무렵,
나는 [보육 시설] 이라는 곳에 맡겨지게 되었다.
그곳에는 나 이외에도 여러 명의 영유아들이
수감되어 있었고, [보육 교사] 라고 불리는
간수가 있어, 우리들을 항상 감시하고 있다.
분명 보육 교사들은 영유아들의 감시 전문가일 것이다.
지레짐작일 수도 있지만, 내가 울거나 했을 때,
마마나, 파파보다 더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마마는 나를 보육 시설에 두고,
일을 하러 가버렸다(파파 역시).
하지만 이것은 기회이기도 하다.
보육 교사는 단 둘.
반면 같은 교실에 있는 영유아들은 도합 스물.
한 사람당 열명씩 감시해야 하는 체제이다.
반드시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틈을 노려, 마법 훈련을 한다.
─는 계획을 세웠었는데….
'렉스 군, 놀자─!'
나를 감시하는 건, 보육 교사뿐만이 아니었다!
어린 소녀다─!
나보다 한두 살 정도 위로 보이는
그 녀석은 이족보행을 하고 있었고,
체격 또한 나의 배 가까이 되었다.
또박또박 말하며, 어느 정도는 뛰어다녀도
넘어지지 않는 하반신을 가진 그 녀석이
괜스레 나에게 덤벼드는 것이다.
아마 세뇌 교육이 진행되고 있기에,
보육 교사의 지시를 따라,
나를 감시하는 것일 것이다.
보아하니, 한 살 정도 되는 영유아들에게는
전원 [담당자] 가 있는 듯, 각각 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연장자들이 일대일로 붙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부우." 나는 괴로워하며, 신음했다.
이 금발 소녀를 어떻게든 뿌리치고 싶다.
하지만 발은 저쪽이 훨씬 더 빠르다.
나도 이족보행을 간신히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다섯 발자국만 뛰어도 넘어져 버린다.
게다가 이 금발 소녀는 기본적으로
나를 꽉 붙들고 놓아주질 않는다.
식사 때도, 화장실까지도 붙어 다니는 것은 기본이요,
심지어 내 뒤처리까지 이 소녀가 해주고 있다.
분명, 이 보육 시설이라 하는
수용 시설의 방침 중 하나일 것이다─.
아이가 아이를 돌보게 하며,
보육 교사는 전체적으로 감시하다,
필요할 때만 행동한다.
얄미울 정도로 좋은 시스템이다.
나는 절망감을 발산하기 위해, 장난감을 집어던졌다.
하지만, 시중을 드는 소녀는 금방 다시 주워,
내 손에 쥐어주었다. 고맙다, 소녀여.
나는 모서리가 뭉툭하게 깎인 블록을
쭙쭙 빨며, 생각에 잠겼다.
'먹으면 안 돼.' 라고 안나 누나가 말했다.
(나를 감시하는 소녀의 이름)
안 먹어! 빨고만 있었을 뿐이야.
소녀는 [먹는다] 와 [빤다] 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다.
"아다앗." 나는 웅얼거렸다.
말은 간신히 한 단어 정도밖에 할 수 없기에,
설명을 해줄 수도 없다.
참고로 가장 먼저 한 말은 물론 [마마] 였다.
어쨌든 이 소녀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나는 제대로 된 마법 훈련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나를 내비둬.] 라고 말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나는 두 단어를 연달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나를] 까지는 말할 수 있지만,
[내비둬] 가 [애뷔이] 가 되어버려,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아부우…." 이거 곤란한데….
나는 블록을 앞니로 깨물었다.
안나 누나가 '안 돼!' 라고 외치며,
내게서 블록을 빼앗았다.
나는 울었다.
당장 내 블록 돌려줘!
내 울음소리에 반응한 보육 교사 한 명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실수했다!
하지만 나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한 살짜리 꼬맹이.
안나 누나를 보육 교사에게 떠넘김으로써,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짜고,
보육 교사에게 안나 누나의 횡포를 소리 높여 외쳤다.
"애앵! 우갸아─! 꺄아─! 다앗─!"
내가 대체 왜 이러지?
제대로 말조차 못 하는 이 몸이 한심스럽다.
나의 격렬한 외침은 전부 울음소리로 뒤바뀌고 말았다.
하지만 의미가 없지는 않았던 듯,
보육 교사의 시선이 안나에게로 향했다.
나도 그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소녀 안나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참는 듯싶었지만, 일초도 버티지 못하고 울었다.
에엑…!? 왜 네가 우는 건데!? 나는 정색했다.
내 블록을 빼앗아 갔으면서? 울고 싶은 건 내 쪽이거든?
이렇게 불합리한 일이 있을 수가.
역시 내 인생은 모든 일이 내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보정이 붙어 있는 것 같다.
나도 같이 울었다.
아니, 그도 그럴게 나보다 두 살이나 많은 누나가
엉엉 울고 있잖아. 그걸 보면 나도 울고 싶어 지지.
나와 안나는 계속해서 울었다.
울다 지친 우리들은 어째서인지,
서로를 부둥켜안고 잠에 들었다.
쿨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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