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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2화 파파와의 조우

by Hellth 2022.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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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개체를 식별하기 위해, 사람들이 붙인 이름,
즉 코드가 있다.

렉스.

그게 내 이름인 것 같다.

이름이라는 것의 의미는 물론 아주 잘 알고 있다.
이름이란 [관리자가 가축을 구분하기 위해 짓는 것]이다.

숫자, 글자, 뭐든지 좋다.
하지만 간단한 것을 붙이는 것이 세상의 이치.

그럼 왜 나는 [렉스]인가?

답은 뻔하다. 가축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나라는 가축에게 [레]와 [아]그리고 [1]도 아닌,
[렉스]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인 것은
[레]와 [레 2], 그리고 [렉]도 이미 있기에,
이름이 겹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출산이 끝나고 얼마 뒤, 나는 마마의 품에 안겨,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분명 나와 비슷한 가축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넓은 집에는 가축 같은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지나온 방은 아무래도
나와 마마의 전용 개인실인 것 같았다.

준비되어 있던 아기 침대에 나를 눕힌 마마는
행복한 얼굴로 나를 보며 웃었다.

나 역시 마마에게 맞춰 웃었다.
이번 세계 역시 수많은 적들이 있겠지만,
마마만큼은 다르다.

그렇게 신뢰할 수 있으며, 좋아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즐기고 있던 찰나, 누군가가 우리들의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 녀석을 노려보고 싶었지만,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었기에 손발을
아등바등 거리는 것 정도로 끝이 났다.

'카밀라! 어서 와! 침대를 조립해 봤는데, 어때?'
남자의 목소리다.

마마는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녀왔어요, 여보. 집안일을 시켜서 미안해요.'

그 목소리에는 응석을 부리는 듯한 울림이 담겨 있어,
나는 강한 질투를 느꼈다.

나는 아기이기에, 감정이 격해지면 운다.

"응애애애애애애애!"

'와아, 정말 건강하네. 렉스, 기억 나?
태어나자마자 내가 널 안았는데, 내가 파파란다.'

파파?

어리둥절했다.
[파파] 그 말의 의미가 뭐였는지, 순간 기억나지 않았기에.

이제야 생각났다. 파파란, 일반적으로
[마마에게 난폭하게 굴며 아이를 낳게 만드는 남자]다.

용서해선 안 되는 쓰레기다. 나는 분노했다.
즉, 결국 울었다. "응애, 응애"하며 울었다.
이 목소리로 파파를 쓰러트릴 수 있다면,
쓰러트리고 싶다고 살의를 담아 울었다.

'당신도 렉스를 안아볼래요?'

'어? 괜찮아?'

괜찮을 리 없잖아─!
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아직 말도 못 하는 아기다.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돌아 눕지도 못하는 상태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자는 것과 우는 것, 침 흘리기와
젖을 먹는 일뿐이었다. 

 

그렇기에 울었다. 큰소리로.

결국 파파 녀석이 나를 안아 들었다.

'와아, 다시 봐도 정말 작네….'

분명 이대로 나에게도 행패를 부릴 것이 틀림없다.
파파라는 존재는 어쨌든 난폭하고, 무신경하며 폭력적인 존재니까.
지금까지 백만 번의 전생을 해오면서,
인생 최초의 적이 파파였던 경우는 허다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번 파파는 신사적으로 나를 안았고,
신사적으로 흔들었으며, 신사적으로 나를 침대에 뉘었다.

아기를 너무 정중하게 대하는 모습에,
[이 자식, 어딘가 망가진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어째서 자신보다 한없이 약한 존재를 상대로
폭력적이지 않은 것일까? 잘 모르겠다.
저련 성격으로 용케 지금까지 살아왔구나라는 신기함마저 느꼈다.

설마──
이번 세계는 아기가 소중히 여겨지는 곳인가?

그런 가능성을 떠올린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기를 소중히 여긴다고? 왜? 무슨 의미가 있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계는 대체로 태어난 순간부터

생존 경쟁이 시작되었다.
그 생존 경쟁 상대가 같은 날에 태어난 다른 아기인 경우도 있었고,

어른이 아이를 사냥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나는 무척 소중히 여겨지고 있었다.

……함정인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다.
나를 방심시킬 목적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하나의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즉, 아기의 육체는 무력하나,
방심을 야기하고 싶을 수준의 힘은 있다는 것을.

어리석긴.

아마 나를 평범한 아기라 생각하고, 방심한 거겠지.
하지만 나는 남의 속마음을 읽어가며 살아온 경험이 있다.
아무리 아기라지만, 나는 너희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

빨리 찾아내야만 한다.

녀석들이 아기를 방심시키고 싶어 하는 이유를──
아기가 가지고 있는 [힘]을──!

나는 인생 최초의 역전 찬스를 발견하고,
"꺄아, 꺄아." 거리며 웃었다.

'앗! 이것 좀 봐, 카밀라! 렉스가 나를 보고 웃었어!'

'분명 이 아이도 당신이 파파라는 걸 아는 걸 거예요.'

"꺄아~ 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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