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렉스는 엄마인가요?
그나저나, 나와 마틴의 관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우리는 가끔 서로의 집에 놀러 가고는 한다. 우리 집에 마틴이 오면, 우리들은 특별히 뭔가를 하지는 않고, 그냥 적당히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배가 고프면 시켜 먹거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거나 한다. 딱히 이야깃거리도 없고, 목적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의미 없는 얘기들을 주고받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마틴 집에 가는 경우는 얘기를 나눌 틈조차 없다. '렉스 엄마, 도와줘─!' 항상 그런 구원 요청을 받고, 나는 마틴의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수많은 [무장]들을 갖춘 채, 문 앞에 서서 외친다. "렉스야, 청소하러 왔어." '엄마─!' 마틴은 어린 아이나 집에서 기르는 개처럼 내게 달려온다. 나는 상대방의 기세를 이용해, 마틴을 뒤로 집어던진 ..
2022. 12. 23.
61화 봄 이야기
날씨가 쌀쌀해 코트를 입을만한 날이 없어, 세탁 시기마저 놓치고 말았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봄꽃은 이미 지고 있았고, 찬 바람을 쐬며 꽃구경을 한 사람들이 몸살을 앓는 소식들이 들려오던 가운데, 새 학년이 시작됐다. 나 역시 평범하게 강의를 들으며, 동아리 활동은 하지 않았고, (동아리 활동을 탈퇴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알바와 강의만을 반복하는 지루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드디어 밀림도 대학에 들어와, 그녀와 보내는 시간은 늘었지만, 딱히 우리 사이는 진전되지 않았고, 그저 같이 놀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같이 돌아갈 뿐이었다. 마치, 인생이 안정기에 접어든 기분이다. 백만 번의 전생 속에서 가끔 이런 때가 있었다. 안정기…. 쉽게 말해 [오늘과 같은 날이 계속되겠구나.]라고 생각되는..
2022. 12. 16.
60화 우리들의 미래 설계
내가 옛날에 전생했던 세계에서는 신데렐라 이야기라는 개념이 하나 존재했는데, 그것은 꿈이 가득 담긴 성공적인 소망을 의미했다. 최하층에서 노력하는 자가 기적을 동료로 삼아, 권력자의 눈에 띄어 결혼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었고─. 물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경험할 리는 없었다. 카리나 또한, [콘티 짠 것 좀 보내주세요.]라는 단순한 권유일뿐. 작가 데뷔는 전혀 아니었다. 그래도 카리나는 '다행이다…, 양복을 차려 입고, 면접을 보는 일 따위는 절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다행이야….' 라며 기뻐하고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녀가 기쁘다면 무슨 상관이겠나. 견실함을 목표로 삼고 있는 나로서는, 그런 [도박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와 같은 ..
2022.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