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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웹소설99

43화 생명과 존엄 생존이 최우선이고, 그 이외의 것은 전부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죽음]을 느낄 수 있을만한 것들과 접하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 이번에는 특히 카리나와 그녀의 동료들로부터 '왜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하는 거야?' 라는 말을 들었다. [계획을 세우는 것]도 [죽지 않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다. 피로를 축적하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는다. 무리하지 않는다. [생존]을 얕보지 않기에, 철저하게 전략을 세운 노력이 내 계획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우리는 어떻게든 마감 시간을 제때 맞추어, 인쇄를 무사히 끝마치고 여름 축제로 떠났다. 인쇄한 책들은 인쇄 회사 측에서 회장으로 직접 보내준다고 한다. 작년에는 근처의 복사기로 복사한 뒤, 수작업으로 제작한 다음 손수 운반했다는 것.. 2022. 9. 2.
42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오랜만에 만난 카리나는 역시 안대도, 붕대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대신해서 안경을 쓰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부터 도전할 건─ 전쟁이나 다름없어.' 축제 때 가게를 내자는 말을 들은 나는 매대를 여는 것과 같은 상상을 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고, 또 어떻게 보면 정답이었다. 우리들이 다루는 것은 솜사탕도 아니고, 불을 사용한 음식도 아닌, [책]이었다. 동인지 판매회─. 그런 이벤트가 큰 것만 따져도 해마다 2회씩 행해지고 있으며, 그곳에서는 아마추어가 쓴 만화나 소실 및 굿즈 또한 판매된다고 한다. 카리나는 고등 학과에 입학한 뒤로 해마다 참가하고 있으며, 올해가 세 번째 참가라고 한다. 지금은 단골손님도 생겼다고 한다. 확실히 그녀가 그린 만화는 그림체도 좋고, 만화를 잘 읽지 않는 나 또한 이해하기.. 2022. 8. 26.
41화 여름 축제의 권유 푸르른 하늘이 원망스럽다. 묘하게 어수선한 공기가 교실에 흐르는 가운데, 그런대로 빠른 속도로 봄이 지나가고, 기어코 교사까지의 언덕길을 오르기만 해도 땀방울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무더운 계절이 왔다. 들떠있는 분위기는 여름의 열기 탓에 교실 안, 아니, 2학년이 생활하는 2층 그 자체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긴장감이 돌고 있다. 모든 것은 [연애] 때문이다. 연애라는 이름의 열병은 여름의 열기에 달아올라, 점점 더 심각한 질병으로 변화하고 있다. 나는 연애에 흥미가 없다─. 흥미가 없지만, 어딜 보나 이 열병에 걸린 녀석들만 보이는 상황이기에 연애에 흥미가 없다는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나는 솔직히 굉장히 분노하고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본 적 있겠지. 관심.. 2022. 8. 19.
40화 사랑과 사회 '렉스, 너는 진짜 바보구나.' 바보란 무엇일까? 나는 역시 [바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에 성적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 성적은 솔직히 말해, 동기부여의 문제니까. 내 성적은 학년 1위지만 내 지능이 남들과 비교했을 때,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이번에야말로 천수를 누리겠다]라는 열의를 가지고, [천수를 누리기 위해선 공부한다 (=이 세계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바라는 길)] 를 노리는 편이 좋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는 점과 [쉴라에게 절대 지지 않겠다]는 대항심을 키우기 위함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나는 [바보]라는 말은 단순히 지능의 높낮음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래서 학년 1위인 내가 바보 취급을 받아도 이상할 것.. 2022. 8. 12.
39화 시간이라는 자원의 효율적인 소비와 비효율적인 소비 이런이런. 시간은 누구에게나 유한한 자원이다. 나는 그 자원의 사용법이 생존 이유에 따른 개인적인 결정에 의해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주로 [사회]에 속하는 생명체가 이에 해당한다. [사회]에 속하는 사람은 때때로 자신의 시간을 사용하는 데에, 스스로가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예를 들자면 지금의 나처럼─. 5월에 시작된 연휴는 햇볕이 쨍쨍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강풍과 직사광선에 노출된 입술은 거칠거칠해졌고, 몸은 건조해진 상태. 다서 후덥지근한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는 사막 한복판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연휴가 반 정도 지났을 무렵, 나는 영화관에 와 있었다. 영화란, 대형 마도판 스크린으로 동영상을 보여주는 오락이다. 커다란 화면, 높은.. 2022. 8. 5.
38화 연휴에 공부를 할 수 없다 다른 세계의 이야기다. 나는 이 세계의 인류가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생명체가 되어봤다고 생각한다. 암수 성별은 물론 형태마저도 가지각색이었다. 애초에 생물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으로 태어나, 영겁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천수를 누리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전생을 거듭할 때마다 생각하는 게 있다. [나는 다른 생명체의 마음을 모른다.] 암컷 생명체로 태어났을 때는 수컷 생명체의 기분을 알 수 없었다. 형태가 없는 것으로 태어났을 때는 형태가 있는 것의 기분을 알 수 없었다. 반복적으로 전생을 거듭한 내 영혼은 축적된 기억으로부터, 다른 생명체의 기분을 얼추 유추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실제로 나는 이런 식으로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다른 생명체의 기분을 유추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2022. 7. 29.
37화 장래와 노동 만약, 자신이 [주인공]이라면?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나는 [살아남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하고 있으며, 내가 생각하는 [주인공]이란, 그런 안정된 삶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하지만, 영웅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는 것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럴 때마다 언제나 괴로운 일을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나와 관련된 사람들도 끔찍한 결말을 맡게 되었을 뿐. 내가 수차례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배운 것은 [사람은 제멋대로다]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안나 양에 대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고민하고, 결론을 내린 끝에 부모를 설득시키며 음악의 길로 들어섰다. 나는 그녀가 단호하게 결단 내리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정말 예상치 못했던 일로, 밀림네 집에서.. 2022. 7. 22.
36화 연장자의 긍지 '응, 실은 진로 문제로 아빠랑 다퉜거든…. 그래서 렉스 군네 집에 간다고 소리치며 뛰쳐나왔어.' 여기서 내가 자취를 하고 있었다면 두근두근거릴 수 있었겠지만, 나는 평범하게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안나 양도 [이거, 아주머니께 드릴 선물….]이라 말하며, 종이봉투를 내게 건넸다. 안나 양이 내게 의지해 준 것은, 내 부모님의 존재가 기본 전제이다. 오히려 나를 의지했다기 보단, 나의 엄마를 의지한 것이다. 그렇다─. 나는 안나 양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다. 그리고 나를 사이에 두고, 안나 양과 밀림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다. 우리들은 정기적으로 우리 집에서 놀고 있는 사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엄마와 안나 양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가 됐다. 이건 맹점이다. 어린 시절, 셋이서 놀던 추억 속에.. 202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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