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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79

23화 두 사람은 사춘기 연분홍색 꽃이 만개한 가로수 길을 빠져나가면, 완만한 오르막이 나온다. 중등 학과 교사는 그 앞에 있고, 이 완만하고 긴 언덕은 지각 직전의 학생들의 체력을 사정없이 빼앗는다. 게다가 1교시가 사회라면, 담당 교사의 졸음을 부르는 목소리도 더해져, 책상은 베개로 변화하고, 단단한 의자는 침대로 변모한다. 친구들의 얼굴은 초등 학과와 별다를 바 없었다. 외부 입학생들도 적어, 그곳에는 쉴라가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초등 학과의 반이 그대로 옮겨진 느낌이었다. 중등 학과 1학년이 된 나는 창가 밖을 보는 것이 버릇이 되어 있었다. 여태까지 살아오며, 나는 진지하게 [혹시 이 세계에는 적이 없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반신반의하는 수준이다. 그렇.. 2022. 4. 22.
22화 떠나가는 그녀 초등 학과 과정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고, 그간의 모든 생활은 내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었다. 알고 있다. 이것도 분명 세뇌의 영향이겠지. 왜냐하면 추억은 아름답고, 즐거웠다. 세계에는 아무런 위험이 없고, 분명 미래는 밝으며, 지금처럼 소란스럽고 즐거운 삶이 지속될 것이라 생각했을 정도다. 방심하고 있었다. 비극은 그 틈을 노려 찾아온다. 비극은 무엇에서 비롯되는가? 구체적인 것은 모른다. 하지만, 비극이란 언제나 절친한 친구와 같은 얼굴로 다가왔고, 태어날 때부터 함께해 온 소꿉친구처럼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진 채, 달콤한 목소리로 [너의 행복은 환상이었어.] 라며, 내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처를 입혔다. 그렇기에 갑자기 쉴라가 나를 불러냈을 때는 경계했다. 이미 나 역시 초등 학과 6.. 2022. 4. 22.
21화 어른들의 세계 놀고, 배우고, 운동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버린다. 변함없이 시비를 걸어오는 쉴라와 아웅다웅 거리며 겨루는 사이, 순식간에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반이 달라져도, 여전히 매사 시비를 걸어오는 쉴라와 말다툼을 하며 초등 학과 3학년을 보냈다. 마침내 초등 학과 과정도 반을 넘긴 4학년이 되었고, 또다시 같은 반이 된 쉴라와 다투며, 5학년이 되는 것을 앞둔 봄방학에 큰 사건이 벌어졌다. '렉스 군, 중등 학과로 들어가면 많이 바빠져서, 놀러 오지 못 할거 같아.' 안나였다. 이제 안나는 다 큰 성인이나 다름없었다. 키도 많이 컸고, 가슴 또한 많이 커졌다. 금발의 푸른 눈의 미녀…. 물론 우리 엄마가 더 예쁘긴 하지만, 아마 대다수의 엄마들보단 훨씬 예쁠 것이다. 우리들의 교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2022. 4. 6.
20화 트렌드와 머저러티 나는 성별로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다. 그야 그렇잖아, 성별로 구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성별에 관계없이, 다수의 인간들이 나를 박해하는데. [머저리티] 그것은 내가 백만 번의 전생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소수 쪽 사람이었으며, 모든 생명은 나보다 가치가 위였고, 그들로부터 계속 박해받아 왔다. 인류는 [나]와 [그 이외]로 나뉜다. 그렇기에 나는 성별을 이유로 교제할 상대를 고르지 않는다. [여자랑 놀면 폼이 안 나잖아!] 그치─! 나는 성별로 사람을 구별하지는 않지만, 여자랑 노는 건, 촌스럽다고 생각해. 같은 반 남자들 사이에서도 여자와 노는 것을 촌스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유?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 촌스럽다고 할까?.. 2022. 3. 31.
19화 어른의 여유 초등 학과로 진학한 장점이 있다면 초등 학과 건물은 바다 옆에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바다 냄새가 풍겨왔다. 다만, 에스컬레이터 진학 방식의 단점도 있다. 역시 동급생들의 얼굴이 바뀌질 않아 지루하다. 물론, 유치원에 비하면 다소 외부 입학생들도 늘어났지만, 역시 대다수는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입학한 학생들이고, 낯익은 친구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한다는 것은 묘하게 쑥스러웠다. 나의 초등 학과의 목표는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주목을 받는 것은 좋지 않다. 친구들에게 주목을 받는 인재라면, 당연히 [적]에게도 주목을 받을 것이다. [적]……. 아직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은, 하지만 이 세계에 반드시 존재하는 위협. 내가 전생을 한 세계에는 반드시 적이 있었다. 때로는 사람, 때로는 제도, 때로는 현상, .. 2022. 3. 29.
18화 초등 학과로의 진학, 환경의 변화 운동회에서 쓰디쓴 무승부를 강요당하고, 예술제에선 골판지 공작에 도전하는 사이, 한 해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드디어 나도 초등 학과로 진학하게 된다. 안나가 '3학년 누나가 돼서 기다리고 있을게!'라고 말했다. 벌써 계산을 할 줄 알게 된 것 같다. 초등 학과에서 배우는 교육의 수준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설마, [상대가 졸업했을 때, 자신의 나이]를 저리도 쉽게 계산해내다니…. 나는 새로운 교복을 맞춘 뒤, 란도셀을 사고, 할머니에게서 입학 선물로 많은 장난감을 받았다. 교복은 왠지 모르게 조금 거북했지만, 이건 분명 [적]이 초등 학과 학생들에게 [교복이라는 이름의 목줄을 채운 것]이기에, 답답함과 거북함을 느끼는 걸 거다. 그렇다, 나는 아직 이 세계에서 [적]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 2022. 3. 28.
17화 후배의 구멍 유치원 선배들을 배웅하고, 내가 선배가 되던 해에 밀림이 유치원에 입학했다. 후배와의 재회다─. 나는 네 살로 성장한 밀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성숙해진 겉모습과 어른스러워 보이는 유치원 복장,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변함없는 무표정이 어우러져, 왠지 모르게 밀림이 무척 성장했구나 하는 감각과 쓸쓸함을 동시에 느꼈다. 여자아이의 성장은 정말 빠르구나…. 앞으로 2년간, 밀림은 유치원에서 지내게 된다. 세계에 만연한 [적]은 우리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밀림에게도 세뇌 교육을 시켜나갈 것이다. 투쟁심을 빼앗는 세뇌 교육…. [적]의 목적까지는 모르지만, [적]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밀림에게 [투쟁심을 잊지 마.] 라고 가르쳐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5살, 밀림은 4살이다. [.. 2022. 3. 21.
16화 뒤틀린 예술 나는 슬라임을 키우고 싶다. 애완동물. 여유가 있는 자에게만 허락되는 동료. 즉, 파트너다. 여유란, 물론 경제적인 면도 포함이지만 마음의 여유와 시간에 쫓겨 생활하지 않는 그런 시간적 여유 역시 필요하다. 어쨌든 애완동물은 힐링이다─. 힐링이란 상류층에게만 허락된 오락이다. 힐링. 내가 갈망하고 갈망해도 얻을 수 없었던 정작 불우하고 진정으로 힐링이 필요한 사람은 얻을 수 없는 감미로운 보석인 것이다. 그러다 문득 이번 인생에 눈을 돌려보았다. 여유롭다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유치원에 다닌다. 그 외에도 하는 것이 많다. 운동과 공부도 하고 있다. 우리 집은 파파가 교사이기에 비교적 교육에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최근에는 요리도 시작했다. 과자가 맛있었기에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어져, 마마에게 가르쳐달라 .. 2022.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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