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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79

15화 계약 -약속- 그나저나 안나에 대한 얘기인데, 그녀는 아무래도 큰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유치원 과정은 4세 ~ 6세까지의 유아에게만 적용된다. 즉, 4살 때 입학하고 그 해에 5살이 되며, 5살 때는 상급반으로 올라가, 그 해에 6살이 되어 졸업한다. 나와 안나는 엄밀히 따지자면, 1년 하고도 6개월 정도의 차이가 있다…. ……크읏! 머리가 혼란스럽다! 4살의 뇌로는 복잡한 것들을 생각할 수 없다─. 특히 숫자 계산의 경우, 헷갈리기 쉽다. 지금도 손가락을 써가며 열심히 계산하고 있지만, 이렇게 복잡한 연산을 하게 되면, 역시 머리에 열이 올라버린다. 아마 안나도 지금쯤 나와 같은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즉, 내가 유치원에 입학할 무렵엔 안나는 이미 초등 학과로 진학 준비를 끝마쳤던 것이다. 어째서인지, 안나.. 2022. 3. 14.
14화 가축화된 사람들 운동회다. 유치원은 대체로 30명씩 나눠 그룹을 편성하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슬라임 조]에 속해 있다. 슬라임이라는 것은 애완동물로 많이들 기르는 평범한 생물이며, 아침마다 마도 영상판 티비에서 특집 프로그램 [당신네 집의 귀여운 슬라 쨩 방문]이 방영될 정도이다. 지루한 뉴스들 사이에 끼어 방영되는 이 코너는 바쁘고 짜증 나기 쉬운 아침에 시원한 사이다 한 잔이 되어주기에, 주로 마마가 자주 챙겨보곤 한다. 나도 내 슬라임을 갖고 싶지만, 돌보기가 의외로 까다로워 보이고, 애완동물 가게 유리에 달라붙어 안을 들여다보니, 4살짜리 아이에게는 터무니없는 가격이 붙어 있었기에, 가지고 싶어도 무리라는 느낌이다. 저 몰캉몰캉한 몸체에 기대거나, 껴안아보고 싶다…. 어쨌든 그런 고로 조 대항전 운동회다. 그 .. 2022. 3. 12.
13화 유치원, 살며시 다가오는 어두운 그림자 가로수들이 옅은 분홍색 꽃잎을 흩날리기 시작할 무렵, 나는 유치원에 가게 되었다. 새로운 친구들이라곤 해도, 낯익은 얼굴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육 시설 또한 거대한 학원의 일부로 보육 시설에서 유치원으로 유치원에서 초등 학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루트이기 때문이다. 그다지 동급생들과는 놀지 않고, 연하를 돌봐주던 나였지만, 홀로 붕 뜨거나 하는 일 없이 평범하게 동급생들 사이에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이거라면 분명 [적]도 방심하겠지─. 그렇다, 생존하고 싶다면 자신을 약하게 보임으로써 상대방이 방심하게 만드는 의태가 필수다. [굳이 죽일 가치도 없다.]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면 그만큼 이쪽의 생존 확률이 올라간다. 보육 시설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는 유치원에서도 크게 눈에 뜨이지 않도록 적당히 선.. 2022. 3. 11.
12화 내년 이야기 내가 네 살이 되던 해의 끝자락에 우리 집에 온 안나가 싱글벙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렉스 군도 내년이면 안나랑 같은 [유치원]이네!' 나는 장난감 자동차를 만지작거리던 손을 멈추고, 정신을 차렸다. 그렇다, 내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까지, 이제 반년도 남지 않았다─. 또다시 의미 없게 시간을 낭비해 버리고 말았다. 아니, 완전히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 보육 시설 생활이 그만큼 충실했다는 소리니까. 두 살이 된 밀림은 이미 진작에 내 손에서 벗어났지만, 아직도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은 충족감으로 가득 차, 영원히 밀림을 놓아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이별은 힘들다……. 최근 들어 안나와 밀림은 무척 빈번하게 우리 집에 놀로 오고 .. 2022. 3. 9.
11화 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왔다. 나는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경계하는 편이지만, 특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최대한으로 경계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 가혹한 세계에서 50년 이상을 살아온 강자이기 때문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경험한 백만 번의 인생 속에서도, [50년]이라는 시간을 살 수 있는 생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상당한 강운, 그리고 재주와 실력…….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이 세계에 존재하는 암묵적인 룰]을 지키는 신중함, 들이닥친 문제를 해결해 온 판단력….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그게 바로 [노인]이다. 노인들은 내가 무력한 세 살 배기 아이인 척 해도, 머지않아 나타날 [적]에 대항하기 위해, 이빨을 갈고닦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지 모른다. 아니, 분명 이미 눈치챘겠지─. 그렇기에 노.. 2022. 3. 8.
10화 보육 교사에게 반역 시간이 흐르며, 선배들이 하나둘씩 보육 시설을 졸업해 갔다. 이번에는 내가 울지 않았기에 졸업식은 그다지 큰 혼란에 빠지지 않고, 모두가 웃는 얼굴로 졸업식을 끝마쳤다. 그들, 그녀들 앞에 펼쳐질 한층 더 엄격한 세뇌 교육을 생각하면 그렇게 쉽사리 웃을 수는 없지만, 나에게는 누군가를 구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은 없다. 내 천수를 다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그들의 미래에 행복을 바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도 세 살. 1년 뒤면 나도 유치원에 가게 된다. 밀림과의 이별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보육 시설을 졸업한다 해도, 밀림과는 사적으로 만날 수 있다. 자주 집에 놀러 오니까. 하지만 내가 견딜 수 있을까…? 그 이별을…. 어쨌든 세 살이 된 (올해 졸업을 앞.. 2022. 3. 6.
9화 세뇌당한 그녀 나는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된 후부터, 매일같이 몸을 단련하고 있다. 눈앞에는 영상을 비추는 마도 영상판 TV가 있고, 그 속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는 2차원 캐릭터들이 있었다. 그 미친듯한 영상은 계속해서 반복 재생되며, 나는 질릴 때까지 마도 영상판 속 캐릭터들과 같은 움직임을 따라 하고 있었다.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는 법. '렉스는 정말 그 춤을 좋아하는구나.' '틀어만 주면, 계속 따라 춤을 추고 있고. 덕분에 그 틈을 노려 집안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야.' 부모님은 아직 뭘 모르고 있다─. 마치 내가 순수하게 흥미를 가지고, 춤을 추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춤이란 전신의 근육을 사용한다. 즉, 나는 전신의 근육을 단련하고 있는 것이다. 어.. 2022. 3. 4.
8화 두 살배기 아이는 사명을 떠올린다 '렉슈우.' 재채기가 아니다. 내 이름을 부른 것이다. 밀림을 데리러 온 밀림의 부모들에게 들었는데, 밀림은 [파파]나 [마마]보다 먼저 내 이름을 말했다는 것 같다. 우리 부모님과 밀림의 부모님이 우리를 사시에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리 밀림은 워낙 얌전해서, 기는 것도, 말하는 것도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느렸거든요. 그래서 불안했었는데 렉스 군 덕분에 드디어 말을…….' 밀림의 파파의 발언에 나는 성취감과 감동을 느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 밀림은 이미 내 여동생이나 다름없는데. 나를 발견하면 허리에 달린 검은 꼬리를 살랑하고 한 번 흔들고,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귀와 꼬리를 보면 어느 정도 감정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밀림은 이미 내 가족이나 다름없다. 밥을 먹을.. 2022.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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