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한 더위가 강해질 무렵, 나는 학교에서 진학 확정을 받고, 밀림과 어딘가로 외출하는 일이 많아졌다. 딱히 특별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모처럼의 연애 수습 기간이니, 뭔가 특별한 도전을 해봐야 할지도 모르지만, 까놓고 말해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뭐든 상관없지 않아?]라는 밀림의 호의에 응석을 부리며 우리들은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같이 놀거나 무언가를 배우거나 하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여름의 더위가 강해지자, 무슨 일이 벌어질 거 같다는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던 때, 한 통의 문자가 또다시 나를 혼돈 속으로 밀어 넣었다. '올여름은 어때? 수험 준비?' 카리나로부터의 권유…. 아니, 권유가 아니었다. 작년에 카리나 일행과 함께 심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