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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79

63화 BL 동인지 제작 지휘 졸업 '이번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 말이란 참으로 어렵다. 예를 들면 맛있는 사과를 먹었을 때, 이것을 어떻게 표현할까? 맛있다는 한 마디로 표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째서인지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혹은 무언가와 비교하며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고, 단지 한 마디면 충분할 일에 어떻게든 무언가를 덧붙이려 한다. 그 결과,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정보까지 주고 말아, 그 사람의 인상이 나빠지게 만드는 일을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이번에 카리나의 경우가 그랬다. 여름 코미케. 올해만큼은 여유 있게 시작해라, 제발 일정은 넉넉히 잡아라. 이런 식으로 사흘에 한 번씩 꾸준히 연락한 지 벌써 7개월─. [알겠어 알겠어.], [알았다니까.], [알고 있어.] 답.. 2022. 12. 23.
62화 그녀의 이야기 마르깃이라는 두 살 연하의 아이가 새로운 알바생으로 들어온 것은 여름이 되기 일보직전의 어느 날의 일로, 새로운 알바생은 아무래도 나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같은 학교 출신이라길래, 본의 아니게 학교에서 유명인이 된 나라서 알게 된 것이겠지 하고 멋대로 납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밀림 선배한테서 많이 들었거든요.' 마르깃은 어째서인지, 언짢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애초에 그녀는 언제나 언짢아 보였다. 그것도 그런 얼굴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와 관련되었을 때만 그런 얼굴이다. 분명 내가 모르는 사이 뭔가를 저지른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모든 행동을 자각하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럴 가능성 역시 충분히 고려해봐야만 한다. 그녀의 생김새는 어딘지 모르게 어리.. 2022. 12. 16.
61화 봄 이야기 날씨가 쌀쌀해 코트를 입을만한 날이 없어, 세탁 시기마저 놓치고 말았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봄꽃은 이미 지고 있았고, 찬 바람을 쐬며 꽃구경을 한 사람들이 몸살을 앓는 소식들이 들려오던 가운데, 새 학년이 시작됐다. 나 역시 평범하게 강의를 들으며, 동아리 활동은 하지 않았고, (동아리 활동을 탈퇴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알바와 강의만을 반복하는 지루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드디어 밀림도 대학에 들어와, 그녀와 보내는 시간은 늘었지만, 딱히 우리 사이는 진전되지 않았고, 그저 같이 놀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같이 돌아갈 뿐이었다. 마치, 인생이 안정기에 접어든 기분이다. 백만 번의 전생 속에서 가끔 이런 때가 있었다. 안정기…. 쉽게 말해 [오늘과 같은 날이 계속되겠구나.]라고 생각되는.. 2022. 12. 16.
60화 우리들의 미래 설계 내가 옛날에 전생했던 세계에서는 신데렐라 이야기라는 개념이 하나 존재했는데, 그것은 꿈이 가득 담긴 성공적인 소망을 의미했다. 최하층에서 노력하는 자가 기적을 동료로 삼아, 권력자의 눈에 띄어 결혼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었고─. 물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경험할 리는 없었다. 카리나 또한, [콘티 짠 것 좀 보내주세요.]라는 단순한 권유일뿐. 작가 데뷔는 전혀 아니었다. 그래도 카리나는 '다행이다…, 양복을 차려 입고, 면접을 보는 일 따위는 절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다행이야….' 라며 기뻐하고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녀가 기쁘다면 무슨 상관이겠나. 견실함을 목표로 삼고 있는 나로서는, 그런 [도박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와 같은 .. 2022. 12. 9.
59화 각자의 전개 '다음번엔, 이번에 경험한 게 있으니, 평소보다 더 빨리 완성할 수 있을 거 같아.' [사람은 실패로부터 배우는 생물]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은 대체 어느 세계에서였을까? 그게 아니라면, 카리나는 아슬아슬하게 결승선에 도달하는 것을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때때로 있다. 역경을 즐기는─.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역경을 이겨내는 것]을 좋아하는 기질을 가진 자가. 그런 자에게 운과 재능이 있으면,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불리게 된다. 카리나는 어쩌면 영웅의 자질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러저러 해도, 지금까지 치명적인 실패는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랜절 복사본]이라는 것을 제작하게 되었는데, 자포자기 식으로 완성시킨 작품이 묘하게 평판이 좋아, '아슬아슬하게 완성.. 2022. 12. 9.
58화 너그러움의 습득 내 취미는 BL 동인지 제작 지휘다. 그렇다기보다는 지휘관을 희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카리나에게 '취미다' 라는 얘기를 듣고, 냉정하게 BL 동인지 제작 지휘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관찰해 봤더니, 영문을 모를 정도로 텐션이 높고, 굉장히 생기가 넘쳤다. 나는 누군가를 이끄는 것을 좋아하고, 정해진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을 좋아했다. 왜 그런 걸까 하고 생각해보니,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지난 백만 번의 전생 속에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과거에 이루지 못한 것들이, 작게나마 현재의 삶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던 것이다. 불화도 없고, 의견 충돌 또한 없다. 카리나 일행과 신인까지 포함해, 내 지휘를 잘 따르고 있고, 동기 부여 또한 높다... 2022. 12. 2.
57화 취미 이야기 '자신' 이란 대체 뭘까?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는 나로서는 매일매일이 [알바] 와 [강의] 로 이뤄져 있다. 뭔가를 하는 편이 좋다, 뭔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나는 아무래도 [취미] 를 가지는 것에 서투른 것 같다. 취미란, 사람을 구성하는 중대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A 씨] 를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어떤 식으로 말할까? [18살에 남성이고, 취미는─] 보통 이런 식으로 소개하지 않을까? 성적, 운동신경, 경력 등 물론 중요하다. 다만, [누군가와 친구가 되기 위함] 이라면, [취미] 가 가장 큰 계기가 될 것이다. '이 녀석은 렉스, 취미는 BL 동인지 제작의 지휘야.' 잠깐, 기다려! 카리나가 동아리에 새롭게 들어온 신입들에게 나를 .. 2022. 11. 25.
56화 계약 만기, 갱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사랑] 이라는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고 싶다. 지금 당장 죽고 싶다. 죽은 다음에 환생 따위는 없는 [완벽한 죽음] 이야말로, 나의 가장 큰 소망이다. 그렇다면 [완벽한 죽음] 을 맞이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천수를 누리는 것] 이 유일한 방법이다─. 라고 [전지 무능한 존재] , 흔히 말하는 [신] 에게 그렇게 전해 들었다. 환생할 때마다, 그 시절 내가 가장 사랑했던 존재의 외견으로 나타나는 전지 무능한 존재는 경계심이 녹아버릴 정도로 달콤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합니다]. 사랑하기에, 나를 되살리는 것이라 했다. 사랑하기에, 내가 전생을 반복하도록 하는 것이라 했다. 사랑하기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삶을 맛보게 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 2022.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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